(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 미국인들은 지금 당장 경제 위기를 타개할 지도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까지는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2일 정권 이양기를 맞아 과거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정권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인용, 오바마가 취임 전이라도 위기에 빠진 미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을 주문하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오바마가 `한 시대 한 나라의 대통령은 오직 1명 뿐이라는 지론 아래 권한없는 책임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미국인의 장래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지적했다.
오바마가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 에이브러햄 링컨임은 분명하지만 그가 프랭크린 루스벨트에 대해 공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1932~1933년과 2008~2009년 간의 유사성을 생각하면 아주 놀랍다. 정권 이양기에 나타나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오늘날이나 76년 전이나 똑같기 때문이다.
물론 1930년대의 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악화돼 있었다. 실업률은 25%에 이르렀고 주식 시장은 90% 이상 폭락했었다.
경제 위기의 전개 과정도 달랐다. 1930년대 자동차 메이저들의 부실 경영 등 때문에 경제가 먼저 무너지는 바람에 금융 위기가 촉발됐다. 지금은 금융 위기가 경제 붕괴를 몰고 온 양상이다.
당시 대선에서 허버트 후버를 누르고 당선된 루스벨트와 후버의 관계는 오바마의 경우와는 달리 매우 심각했다. 취임 전날 밤까지 루스벨트와 후버는 상대를 향해 고함을 치는 등 두 사람간의 적대감은 오바마와 부시보다 훨씬 더 깊었다.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루스벨트는 대선에서 승리한 날 심각한 기분이었다. 그는 잠자리에 들면서 아들에게 당장 일을 할 힘이 없을지도 몰라 걱정이라며 지미, 날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루스벨트는 그러나 당시 대통령 취임일인 3월 4일이 오기까지 4개월을 기다릴 게 아니라 후버를 당장 물러나게 하고 조기 집권할 맘을 품고서 `경제 재건’ 플랜까지 만들었다. 조기 집권 계획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루스벨트는 위기에 대해 즉각 행동에 들어가 대응할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얘기다.
오바마나 루스벨트는 대통령이 될수 있을만한 자신감과 확신을 지닌 인물로 키우려는 어머니가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루스벨트는 조기 정권 이양 계획이 무산된뒤 정권 이양기의 매우 중요한 시점에 요트를 타고 여행을 하며 각료 인선 작업을 진행했으며 배와 육지 사이의 무전기로 메시지를 보냈다.
루스벨트는 각료 후보와 만난지 5분도 안돼 풍채가 맘에 든다며 다소 충동적인 `내정’ 결정을 하기도 했지만 보수적인 민주당 의원과 진보적인 공화당원, 뉴딜 전문가 등을 아우르는 각료 인선을 단행했다.
취임 전 루스벨트는 후버로부터 긴급 서신을 받은 적이 있다. 후버는 자동차 메이저사들의 할부 금융 부실로 은행들이 무너지고 있으며 금융 시스템의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루스벨트는 여전히 후버에 끌려들어가길 거부하고 있었고 시간을 끌기 위해 서신을 무시하고 있다가 나중에 `비서가 편지를 잃어버렸다’고 거짓말했다. 루스벨트가 당시 조기 집권하기 시작했다면 단호한 결정을 내렸을지 모른다.
지금의 자동차 메이저들이 위기를 맞은 사태가 오바마에게 똑같은 문제로 다가온다. 오바마가 취임 전 당장 위기 사태에 개입하고 나선다면 어렵지만 단호한 결정을 내리려 할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루스벨트는 취임 연설을 통해 `당장 행동에 나서거나 무엇인가를 시도해야 한다’는 구절을 여섯번이나 사용했다.
오바마도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즉각적인 조치나 행동’을 유난히 강조했다. 나중에 실패할지라도 무엇인가를 적극 시도하거나 직접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건 상식으로 받아들여진다. `무엇이든 시도하라’는 문구는 뉴딜 정책의 슬로건이 됐다.
뉴스위크는 오바마가 루스벨트보다는 덜 즉흥적인 면이 있지만 지금의 상황에 비춰 지도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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