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도둑질 그만’ 독도수호 게릴라 캠페인도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지난 19일 미국 뉴욕 타임스 11면 전면에는 파격적인 광고가 실려 주목을 끌었다.
가정집 전등 스위치에 ‘ON/OFF’ 글자 대신 ‘EAT/DON’T EAT’( 먹느냐, 마느냐)가 적혀 있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뉴욕의 34%가 전기료를 내야 할지, 밥값을 내야 할지 고민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즉 불을 켜면 밥을 굶고, 밥을 먹으면 불을 못 밝힌다는 생활고의 갈등을 표현한 광고이다.
이 광고를 만든 주인공은 바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아트디렉터인 이제석(27) 씨. 그는 2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부자의 도시로만 기억됐던 뉴욕조차도 미국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앞에서는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뉴욕의 어두운 단면을 전에 시도된 적이 없는 기법으로 담담하고 조용하지만 대범한 어조로 이야기해 뉴욕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싶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광고주는 시티하비스트’(www.cityharvest.com)로, 이 회사는 배고프고 가난한 뉴욕 시민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비영리 자선업체이다. 이 단체는 일반인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식품을 사서 제공하는 다른 자선 단체와는 달리 뉴욕의 수백 개의 가맹점 레스토랑과 식료품점에서 팔고 남은 음식을 거둬들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배급해준다.
가령 포장을 뜯거나 유통 기한이 지난 음식을 절대 취급하지 않으며, 엄격한 기준을 통해 선별된 음식은 시티하비스트 트럭을 통해 신청자에게 무료로 배급된다. 따라서 실제로 한해 뉴욕에서 멀쩡히 버려지는 수천만t의 음식물 쓰레기양도 줄이고 굶주림에 떠는 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일거양득의 시스템이다.
이는 미국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모습이라는 호평을 받는 방식이다.
이 씨는 미국 경제 위기가 한국에도 전해질까 봐 걱정이 된다. 또 아무리 경제가 어렵더라도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은 커져야 하며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음식물 배급 시스템이 널리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선단체가 이 광고처럼 파격적인 스케일과 신선한 비주얼로 뉴욕타임스 전면을 장식한 적이 없다며 창의적인 불우이웃 돕기 서비스와 창의적인 광고 아이디어가 어우러진 조화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씨는 맨해튼에서 일본은 ‘섬 도둑질 그만’(STOP ISLAND THEFT)이라는 독도수호 게릴라 캠페인을 펼쳤고, 세계적인 경매사이트인 e-베이에 권총 모양으로 변형된 일본의 개정판 역사교과서를 올렸으며 ‘독도 수호’의 염원을 담은 티셔츠를 제작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세계 3대 광고제의 하나로 불리는 뉴욕의 원쇼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광고계의 오스카상으로 일컬어지는 ‘클리오 어워드’에서 동상, 미국 광고협회의 ‘애디 어워드’ 금상 2개 등 지난해 8차례의 국제적인 광고 공모전에서 29개의 메달을 땄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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