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의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내정된 로런스 서머스는 재무부에서 차관, 부장관에 이어 장관을 지냈고 하버드대학 총장을 역임하는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클린턴 정부에서 로버트 루빈에 이어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재무장관으로 재직할 때는 미국 경제의 최장기 호황을 이끌었다.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힐 만큼 해박한 이론을 자랑한다.
이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이 그의 삼촌이며, 역시 노벨경제학상을 탄 케네스 애로우는 그의 외삼촌으로, 경제전문가들로 가득찬 집안에서 어려서부터 경제이론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분위기에서 성장한 배경 덕분이다.
하버드대학에서 마틴 펠드스타인에게서 수학했으며 28살에 최연소 하버드대 정교수가 될 정도로 천재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때로는 거만하고 팀을 이뤄 일하기 힘든 독선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의 스승인 펠드스타인은 레이건 정부시절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를 지냈으며 그의 제자들 대부분이 공화당의 경제브레인으로 활동했다.
따라서 서머스가 민주당 정권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가고 있지만 경제정책의 노선은 다소 오른편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를 재무장관에 추천했던 루빈 전 장관과 함께 균형재정과 규제완화, 세계화를 기치로 한 자유무역을 신봉하는 입장이며 이 때문에 노조와 진보적 성향의 민주당 이념가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에는 기민하게 신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는 점에서 실용주의자에 더 가깝다.
독자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으면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직설적으로 말을 내뱉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변에 적을 많이 만드는가 하면 이로 인해 경력에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하버드대 총장 재직시절 과학과 수학분야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못한 것은 사회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선천적인 차이 때문일 수 있다는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사과하는 일이 있었고 이후 숱한 구설수로 총장에서 중도 하차했다. 91년 세계은행 근무 당시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에 독성 쓰레기 저장소를 건립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메모에 서명한 사실이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재무부에서 그의 밑에서 일을 배운 티머시 가이스너와 재무장관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으나, 그의 독선적인 성격이 의회를 상대로 한 법안 로비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밀렸다는 얘기도 있다.
월가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헨리 폴슨 현 재무장관이 7천억달러의 금융구제법안의 통과를 위해 의회 지도자들을 찾아가 무릎을 꿇어가며 읍소하면서 법 통과를 이끌어냈던 일을 서머스가 앞으로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박한 이론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백악관에서 막후 정책조율을 담당하는 것이 오바마 행정부에 더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2010년 첫 임기가 끝나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후임으로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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