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상원의석 줄테니 장관직이나 거액 내라”
일리노이 주지사가 9일 부패혐의로 연방수사국(FBI)에 전격 체포됐다.
로드 블러고이어비치(사진) 주지사는 버락 오바마 전 상원의원의 대통령 당선으로 공석이 된 상원의석을 돈을 받고 팔려한 혐의 등으로 이날 기소됐다.
76페이지에 걸친 기소장에 따르면, 오바마의 후임자를 임명할 권한이 있는 블러고이어비치 주지사는 임명 대가로 대사직이나 보건위생부 장관직을 얻거나 비영리단체 또는 노조 관련 기관에서 거액의 보수를 받는 직책을 얻기 원했으며 부인이 연 15만달러를 벌 수 있는 기업 이사회에 임명되거나 선거 캠페인 기부를 약속받을 것을 내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원인 블러고이어비치 주지사는 FBI가 입수한 도청전화 통화에서 상원의석이 “XX게 값비싼 것”이라며 “거저 주는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않으면 직접 상원의석을 차지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바마 보좌관 밸러리 재럿으로 추정되는 ‘후보 1번’(검찰이 정한 번호)의 임명 조건으로 자신이 보건위생장관에 임명되기를 원했으나 좌절되자 “감사밖에 아무 것도 주려하지 않는다”며 오바마에 대해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또 ‘후보 5번’으로만 알려진 사람의 측근으로부터 50만달러의 제의를 받았다며 “아마 일부는 선불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 녹음됐다.
블러고이어비치 주지사는 그 외에도 주정부 위원회 및 커미셔너 임명 대가로 금전적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일간지 LA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의 모회사 트리뷴이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 위글리 필드를 매각하려 했을 때 정부의 승인을 조건으로 자신을 비판한 시카고 트리뷴 논설위원들의 해고를 요구했고 병원 관계자가 선거자금 기부를 하지 않자 아동병원에 800만달러를 지원할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패트릭 핏제럴드 연방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블러고이어비치 주지사에 대한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나 “계속되는 정치부패 행각을 저지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며 수사가 3, 4월에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판단을 내려 체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핏제럴드 검사는 오바마 당선자나 정권인수팀이 연루됐다고 볼 근거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상원의석에 대해 블러고이어비치 주지사와 연락한 적이 없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번 기소는 FBI가 일리노이 정계의 부패 의혹에 대해 5년에 걸쳐 실시한 수사의 일환으로 검찰은 블러고이어비치의 비서실장 존 해리스도 9일 관련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블러고이어비치 주지사는 2006년에 공화당 전임자인 조지 라이언 전 주지사가 공갈 및 사기 혐의로 기소된 후 개혁주의자로 출마, 현재 두 번째 임기를 재임하고 있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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