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마다치 않는 포용정치 만개
`내 사람 만들기’..재선 걸림돌 제거 포석?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링컨식’ 포용정치가 최고조에 달한 느낌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17일 민주당 대선경선의 경쟁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톰 빌색 전 아이오와 주지사를 농무장관에 앉히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최대 경선 라이벌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의 국무장관 지명,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상무장관 기용에 이은 `파격 인사’다.
특히 경선포기 후 `오바마맨’으로 전향하기는 했지만 한때 대표적인 `클린턴맨’으로 불리던 리처드슨과 힐러리의 적극적인 지지자였던 빌색을 내각에 데려다 쓰기로 한 결정은 `담대’ 그 자체다.
오바마 당선인이 당내 경선 토론과정에서 자신을 향해 비수를 날렸던 조 바이든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하는 `역발상’을 보였을 때부터 그의 용인술은 각별한 주목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바이든은 오바마를 바로 곁에 두고 진행된 토론회에서 정확한 발음에 총명하고 청결하며 용모가 준수한 최초의 주류 흑인이 탄생했다. 이는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얘기라고 독설을 퍼부었던 인물이다.
그랬던 바이든을 차기 정부의 제2인자가 될 러닝메이트로 낙점한 결정은 실용적이고 전략적인 사고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오바마는 당시 힐러리로부터 외교·안보문제를 제대로 이끌 수 있는 군통수권자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힐러리는 새벽 3시에 백악관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미국 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적임자는 바로 나라는 TV광고를 통해 오바마의 `준비부족’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 때 오바마가 에반 바이 인디애나 주지사, 팀 케인 버지니아 주지사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쳐놓고 바이든을 선택한 이유는 정치적 라이벌이라는 고정관념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취약부분을 메워줄 최적 카드로 바이든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카드’가 대선전략 차원에서 나온 일회성 용인술이 아니라는 것은 오바마가 대선승리 후 순차적으로 단행하고 있는 조각(組閣)에서 입증되고 있다.
당장 경제위기라는 내치에 주력해할 오바마 입장에서 외치의 권력을 상당부분 위탁해야 하는 국무장관에 라이벌 힐러리를 선택한 것은 보통수준의 담력이나 정치적 사고로는 이뤄지기 힘든 일로 여겨지고 있다.
이른바 `링컨식’ 포용력이 발현됐다는 얘기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경선 라이벌이었던 윌리엄 헨리 수어드를 국무장관에 기용했던 전례를 벤치마킹하듯 `적장’을 품에 보듬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지난 2004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기조연설자로 등장, 명연설을 통해 일약 전국 지명도를 갖춘 스타 정치인 반열에 올랐던 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게해줬던 존 케리 당시 대선후보(현 상원의원)에게 국무장관 자리를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바마는 힐러리를 택했다. 힐러리를 내각의 주요 포스트에 지명함으로써 힐러리의 대권실패에 따른 상실감으로 오바마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유보했던 힐러리 지지자들을 다시 민주당 정권이라는 우산 아래에서 뭉치게 할 수 있었다.
물론 힐러리를 4년동안 국무장관에 묶어 놓음으로써 오바마는 자신의 대통령 재선가도에 가장 큰 경쟁자를 자연스럽게 `제거’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리처드슨과 빌색의 기용도 이들로부터 힐러리 컬러를 탈색해 `오바마맨’으로 만들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해석할 소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일각에서 오바마 차기 정부에 지나치게 `클린턴 사단’ 출신 인물이 많이 포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은 그 자체로는 맞는 말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오바마 인재풀의 외연확대로 이어지는 만큼 몇 수 앞을 내다본 오바마의 정치적 포석으로 봐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오바마의 이 같은 인선에 대한 평가는 현 시점에서는 `해몽’ 쪽에 가깝다. 과연 `적과의 동침’을 마다하지 않은 오바마의 담대한 인선이 `적들과의 춤’을 추는 수준까지 약효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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