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체포된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이사장 버나드 매도프의 사기사건은 얼마 안된 21세기 만이 아니라 아마도 역사상 최대의 사기로 손꼽힐지도 모른다. 본인이 없어졌다고 시인한 액수가 500억 달러니까 말이다.
증권시장의 귀재처럼 알려져 그의 회사에 돈을 맡기기만 하면 1년에 12퍼센트씩 불어난다는 감언이설에 속은 피해자들은 보통사람들이 아니고 영국, 스페인, 일본, 한국 등의 금융기관들이 포함되어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감독, 모트 저커맨 뉴욕 데일리뉴스 신문발행인 등이 주관하는 유대계 자선 단체들도 몇천만 달러씩 투자했던 돈을 잃었을 뿐 아니라 매도프의 7백만달러짜리 뉴욕 콘도와 플로리다의 9백만 달러짜리 저택의 이웃들도 상당수 손해를 입었다니까 그의 능변과 설득력은 거의 사교 교주 수준이다.
그의 수법은 투자가들로부터 증권거래를 통해 매년 12퍼센트씩 돈을 불려준다는 약속으로 출발한다. 돈을 모아서는 실제 거래를 통해 돈을 늘리는 일은 시장상황에 따라 오히려 원금이 줄을 수도 있으므로 거의 투자를 하지 않은 채 새 투자가들을 가입시켜 그들의 돈으로 오래된 투자가들에게 지불하는 방법을 써왔다.
소위 피라미드형 사기사건이다. 또는 1920년대에 그 비슷한 수법으로 몇 백만달러를 사취했다가 연방 감옥에 보내진 찰스 폰지의 이름을 따서 폰지 수법이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1차 대전 이후에 사기 행각을 한 폰지의 경우 정부 감독기관이 전혀 없었던 시절이었지만 증권거래 위원회(SEC)등 현재에는 연방정부 및 주정부에도 증권 관계 감독기관들이 있는데도 매도프가 그처럼 크게 해먹었다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더군다나 경쟁회사 중 하나가 무려 9년 전에 ‘매도프 증권회사는 세계 최대의 폰지 수법’이라고 SEC에 서면 고발을 했었고 그 후에도 여러 차례 경고했다는 사실은 파수견이 눈 부릅뜨고 도둑을 지키는 것이 아니고 쿨쿨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해야 맞는다.
현 SEC위원장이 SEC가 매도프의 사기행각을 잡아내지 못한 것이 지극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한 것도 당연하다.
매도프의 사기는 어찌 폭로 되었나. 그전에는 현금은 보지않은 채 문서상으로 이익 나던 것을 재투자하던 펀드들이 비우량 모기지 사태로 자금경색이 되자 매도프 회사에게 금년 말까지 수십억 달러의 원금과 이익금을 지불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발단이 되었다. 매도프는 자기 회사의 간부들인 두 아들을 불러서 직원들 보너스 주는 문제를 토의하는 가운데 돈이 없다고 실토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500억달러가 어디에 투자된 것이 아니라 다 없어졌다는 것을 고백했고 두 아들이 아버지를 고발해서 체포되기에 이른 것이다.
1000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재판 때까지 풀려나왔지만 매도프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하는 자선단체들도 여럿 되는 등 사건의 파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금융인, 정치인들 자선사업가들과 관계를 맺어온 매도프의 배신과 몰락은 그렇지 않아도 추락 상태에 있는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더욱 허물어트렸다.
매도프 혼자서 500억 달러를 증발시킬 수는 없었을 터이니까 가족들을 포함한 공범자들 그리고 감독 기관인 SEC 직원과의 내통관계 등이 SEC 자체 조사와 그의 재판 과정을 통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나 같은 사람은 돈이 없어서 매도프에게 사기당할 일도 없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기껏해야 “당신이 상금을 타게 되었으니 ‘809’ ‘284’‘876’으로 시작되는 전화를 걸라”는 등의 메시지에 속아 엄청난 국제 장거리 전화요금을 물게 되는 사기에만 안 말려들면 되니까 마음이 편하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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