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는 낙오자
“인구는 기하 급수적으로, 식량은 산술 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기초로 ‘인구론’을 저술한 멜더스는 “가난은 사회의 책임이 아니라 노력하지 않는 개인의 책임이기에 빈곤층을 구제하는 정부정책은 중지돼야 한다”고 200년 전에 주장한바 있다. 변화가 불가능한 열성(劣性)은 도태시키고 우성(優性)만 살려야 한다는 무서운 말이다.
멜더스의 인구이론과 그후에 등장한 다윈의 적자생존 이론을 접목시켜 영국 사상가 허버트 스펜서는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사회 진화론을 펼쳤다.
스펜서가 아직도 살아 있다면, 최근 GM, 포드, 크라이슬러 3사가 겪고 있는 자금난에 대해“CEO들이 전용기를 타고 다니며 정부 보조금이나 구걸하러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말고, 개스값이 내렸으니 SUV 판촉을 벌여 회사를 되살려 보겠다는 환상도 버리고 요즘 시대의 소비자가 요구하는 차를 만들어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을 법 하다.
한마디로, “낙오자는 할말이 없으니 힘을 키워 강해져라”가 사회진화론의 요점이다.
학교는 철저하게 사회진화론이 적용되는 곳이다. 아마도, 금년 한인 교육계의 가장 큰 뉴스는 명문대학 한인 재학생들의 44%가 도중하차 한다는 소식일 것이다. 한인 학생 외에도, ‘공공정책과 고등교육 센터’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100명으로 시작한 9학년 학생 중, 68명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중 40명이 대학에 진학하여, 27명이 2년간 버티고, 결국 18명 만이 대학에서 살아남아 졸업장을 받는다.
대학까지 진학해서 도중하차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원치 않은 임신으로 MBA(Marriage By Accident)를 너무 빨리 따는 학생부터 시작해서, 마약, 술, 무기소지 등 범법행위로 쫒겨나거나, 건강 또는 재정문제, 부모의 실직과 이혼, 향수병, 그리고 캠퍼스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가지가지다. 다트머스의 한 여학생이 “첫학기가 끝나면 기숙사 방이 많이 빈다”고 말한 것이 농담 같지 않다.
물론,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학수준 학업을 소화할 수 있는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UW 교수 70여명이 “대부분 신입생들이 대학과정을 따라갈 준비가 되지 않아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으니,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개편하고 철저히 지도해서 대학에 보내라”는 항의 편지를 그레고어 워싱턴 주지사에게 보낸 적이 있었다. 이렇게 신입생을 바라보는 대학교수들의 눈은 차갑기만 하다.
전국 4년제 대학교수를 상대로 ‘고등교육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6%의 교수만이 신입생들이 대학수준 작문을 할 준비가 철저하게 되었다, 4%의 교수만이 수학이 제대로 준비되었다고 피력했다. 90% 이상의 교수들이 준비 안 된 신입생을 우려하는 것을 지난 8월에 발표된 ACT보고서가 뒷받침 한다. 영어, 수학, 과학, 작문 등 4분야 모두에서 대학수능 준비가 된 학생은 시험을 치른 1백40만중 22%뿐이라는 것이다.
준비없이는 낙오되는 순리를 뻔히 알면서도, 많은 학생들이 “오늘까지는 놀고 내일부터…”라며 뚜렷한 목적 없는 낙관주의에 빠지고 있다. 사회진화론 패러다임에서는, 춘추시대의 사상가 양주가 주장하는 “내 머리카락 하나를 뽑아 세상 전체가 이익된다 하더라도 나는 하지 않겠다”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아니라, 여성 철학자 에인 랜드가 갈파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윤리적 개인주의를 따라야 한다.
즉, 친구들에게 휩싸여 술, 마약, 섹스, 파티 등 순간적 쾌락 추구로 자신을 낭비하는 것은 사회진화론의 원리를 무시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특히, 연말 휴일동안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할말 없는 낙오자를 만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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