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우리는 우리 일에 몰두하고 지낸다, 서로 스쳐 지나가고, 서로의 눈빛을 포착하든 말든, 말하려고 하든 말하고 있든/몸부림침을 위해 노래 부르자, 이 날을 위해/ 손으로 쓰여진 표시를 위해 노래 부르자, 부엌식탁에 둘러 앉아 고안해 내는 것을 위해/ 어떤 이들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가치로 살아간다/ 다른 이들은 “첫째 해를 끼치지 말라”라는 기치로, 또는 “필요이상 취하지 말라”라는 가치로/ 가장 힘 있는 단어가 사랑이라고 한다면, 부부사랑, 자식사랑, 나라사랑을 뛰어 넘는 사랑/ 넓어져 가는 빛의 풀을 전개하는 사랑. 미리 짐작한 불평이 필요치 않는 사랑이라고 한다면/오늘 예리한 섬광 속에서는, 이 겨울 대기 안에서는/ 어떠한 것도 만들어질 수 있고, 어떠한 문장도 시작될 수 있다/ 벼랑 끝에서, 가장자리에서, 맨 앞에서… 저런 빛 가운데 앞으로 걸어가기(전진하기) 위해 노래 부르자.>
지난 20일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배출한 버락 오바마 제44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역사적으로는 4번째 취임축시 ‘이 날을 위해 노래 부르자’(Praise for the Day)를 엘리자베스 알렉산더(Elizabeth Alexander, 1962~ )가 낭송하였다.
알렉산더는 뉴욕 할렘가에서 태어나 워싱턴 DC에서 자란 흑인 시인으로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영어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 예일대학에서 아프리칸 아메리칸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있고, 하버드-레드클리프 대학원의 펠로우로 재직하고 있는 지성 시인이다.
그녀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문화를 잘 승화시켜 인류 공동의 가치로 표출하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시인으로, 5편의 시집을 출간하였고, 많은 수필집, 평론집 등을 출판하기도 한 현존하는 미국 동부의 유명 시인 중 한 명이다.
2005년 출간하여 퓰리처상 최종 대상에까지 올랐던 ‘미국의 숭고함’(American Sublime, 2005)이라는 시집의 제목이 보여주듯 엘리자베스 알렉산더 시인은 언제나 미국의 숭고한 가치와 문화를 찾아내어 쉽고 신선한 시어로 형상화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축시에서도 그녀의 그러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 축시는 평범하게 일에 몰두하며 살아가고 있는 미국민의 모습(소리)을 위해 노래 부르자고 시작한다. 일에 몰두하는 삶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건설해나가는 ‘몸부림’(struggle)이고 저녁 ‘부엌 식탁에 둘러 앉아 고안해 내는 것’(the figuring it out at kitchen tables)이다.
여기에서 시인은 미국민 삶의 모습을 2가지의 가치로 표출한다. 하나의 가치는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Love thy neighbor as thy self)이고 둘의 가치는 “첫째 해를 끼치지 말라”(First do no harm)이거나 “필요 이상 취하지 말라”(Take no more than you need)이다. 전자가 이타주의적인 사랑을 말하는 기독교적인 미국민의 가치관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근대 서양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개인주의적인 미국민의 가치관이다.
미국민의 삶이 이 두 가치를 어찌할 수 없이 동시에 간직하고 있어야 함을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그 두 가치 중 전자의 가치가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가장 강력한 단어, 소리, 주장이라고 한다면, 엘리자베스 알렉산더는 새로 출범하는 미국이 맨 앞에 서서 그 빛을 향하여 전진해 나아가기를 위해 노래 부르자고 축하하고 있는 것이다.
백 순
연방노동부 선임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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