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를 맞아 인터넷이 실직으로 인해 많은 시간을 갖게 된 사람들의 탈출구 혹은 새로운 생활방식을 찾게 해주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이 4일 보도했다.
인터넷 게임에 침잠하는 사람으로부터 ‘소셜 네트워킹’으로 불리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찾는 이들, 나아가 사이트 관리 등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는 이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은 불황기를 이겨내려는 사람들의 주요한 삶의 부분으로 자리매김했다고 WSJ은 진단했다.
불황기 속에서 현실을 잊기 위한 소일거리를 찾는 사람들의 속성은 비단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1930년대 대공황을 맞아 많은 미국인이 찰리 채플린의 영화와 만화 등에 열광했던 현상과 최근의 인터넷 사용 증가 현상은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이 미디어 학자들의 견해다.
버클리대의 미디어 리소스 센터 소속 게리 핸드먼 이사는 10달러 짜리 영화 티켓을 사봤자 2시간가량밖에 때울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이 얼마나 값싸고 유용한 소일거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날 사람들은 언제든 큰 비용 없이 빠져들 수 있는 인터넷의 매력에 심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뉴올리언스의 한 건설사에 취직했다가 출근 당일 실직한 줄리아 오토(43) 씨는 새 직장을 알아보는 일 이외에 하루 수 시간 동안 온라인 게임 사이트 ‘빅 피시 게임스’가 제공하는 어드벤처 게임 ‘미스터리 케이스 파일스’의 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
그녀가 게임을 위해 투자하는 비용은 시간 외에 매달 내야 하는 7달러의 사용료뿐이다.
오토 씨는 (현재 처지를) 잊게 해주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어쨌든 시시콜콜한 드라마나 초콜릿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경제 불황기 도래 이후 수개월 동안 인터넷 게임과 도박 사이트,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와 토론 사이트들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몰린다.
온라인 게임 방문자수는 지난해 4.4분기 들어 전년 동기 대비 29.9% 증가하고 같은 기간 인터넷 도박 사이트 역시 28.6% 증가세를 보였다.
빅 피시 게임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70% 급증한 8천500만달러에 달했으며 1월에는 7년래 최고 매출치를 기록했다.
이들만이 아니다. 유명인들의 가십거리를 제공하는 페레즈힐튼닷컴은 지난 1월 들어 방문자수가 최다였으며, 온라인 영화 대여업체인 넷픽스 역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것.
인터넷은 단순한 소일거리를 넘어 사람들의 생활과 습성 자체를 바꾸어놓는 역할도 한다.
모니카 로스-윌리엄스(38) 씨는 남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지인들을 찾다가 이에 재미를 붙인 뒤 아예 인터넷상의 작은 비즈니스 포럼을 관리해주는 일을 맡았다.
매사추세츠 주(州) 린에 거주하는 카라 웨이먼(27) 씨 또한 지난해 10월 간호사 일을 그만둔 뒤 인터넷을 통한 사람 사귀기에서 새로운 위안을 찾았다.
전에는 하루 두 세번 15분 정도에 걸쳐 인터넷 서핑을 했던 웨이먼 씨는 인터넷을 통해 사귄 이들은 나의 후원 그룹과 같다며 이제는 사람들의 답글 등 확인을 위해 하루에도 수없이 인터넷을 드나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jb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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