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한 표정으로 비스듬히 약간 위쪽을 바라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모습과 하단의 ‘희망(HOPE)’이라는 단어로 구성된 포스터는 선거운동 기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물론 워싱턴 D.C.의 초상화 미술관에 소장되기도 했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셰퍼드 페어리라는 이름의 작가가 제작한 이 포스터는 AP통신 사진기자가 2006년 4월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폴 콜퍼드 AP통신 대외협력담당 이사는 포스터에 AP의 사진이 사용됐다는 결정이 내려졌고 따라서 사진을 사용하려면 (AP)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5일 밝혔다.
콜퍼드 이사는 페어리 작가의 변호인과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원만한 해결책이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페어리 씨의 변호인인 앤서니 펄존 변호사는 페어리의 작품활동에 대한 권리가 ‘공정한 활용(fair use)’이라는 개념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상호 협의 중인 사안에 대해 추가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정한 활용’이라는 법률 개념은 저작권 관련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원작이 얼마나 많이 전용됐는가, 새 작품이 어떤 목적으로 쓰였는가, 그리고 원작이 새 작품에 어떻게 영향을 줬는가 등을 기준으로 새 작품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예외를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일에 대해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있다.
컬럼비아대학 법학과의 제인 긴스버그 교수는 페어리 씨가 적어도 AP라는 원저작자 이름을 명시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긴스버그 교수는 모든 사진에 대해 ‘공정한’ 활용이라는 개념이 적용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게 불쾌한 부분이라며 이번 일에 ‘공정한 활용’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는 게 상당히 급진적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반면 시민단체 대표로 활동하는 지적재산권 전문가 로빈 그로스 씨는 페어리 씨가 상업적 목적이 아닌 정치적 목적으로 포스터를 만들었기 때문에 페어리 씨도 사진을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는 논리를 폈다.
페어리 씨는 검색사이트 ‘구글’에서 사진을 발견한 뒤 지난해 초 포스터를 만들었고 포스터 사진을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페어리 씨의 포스터를 다운로드 받았을 뿐 아니라 이 포스터는 최근 발간된 여러 권의 저서에도 표지 그림이나 삽화로 쓰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영감을 얻어 포스터를 만들었다는 페어리 씨는 당시 민주당 예비후보였던 오바마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기도 했다.
한편 페어리 씨는 자신이 처음에 오바마 선거운동본부로부터 제안을 받고 홍보 도안을 만들었는데, 이후 한 선거운동 관계자로부터 선거운동본부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사진을 바탕으로 도안들을 만들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뉴욕 AP=연합뉴스)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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