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10여차례 방문 격려
특별미사 집전 등 잦은 만남
“김수환 추기경님은 미주 한인 이민자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사랑으로 힘과 용기를 주신 분이셨습니다”
한국 사회의 큰 어른인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에 남가주의 한인 가톨릭 신자들은 물론 전체 한인사회가 이를 애도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 자주 남가주 한인사회를 직접 찾아 한인 이민자들과 신자들을 격의 없이 만나 따뜻한 말씀을 전하며 격려해 왔기 때문이다.
김 추기경이 남가주를 방문해 가톨릭 신자들과 한인들과 만난 횟수가 공식, 비공식으로 10여 차례가 넘을 만큼 각별한 인연을 가져 왔다.
80년대 초반부터 남가주 한인 가톨릭계 인사들과의 인연으로 비공식 방문을 가졌던 김 추기경은 1988년 4월 북미주 한인 천주교회 창립 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당시 카슨의 성 세실리아 성당에서 1,200여명의 한인 신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기념미사를 집전했다.
김 추기경은 당시 “한인사회의 성장을 실감했다”며 로저 마호니 LA 대주교 등 미국 가톨릭 지도자들과 교류하면서 남가주 한인 가톨릭계의 위상을 높이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김 추기경은 이후 1997년 LA 대교구 초청으로 ‘종교교육 컨퍼런스’에 참석해 한국어 미사와 웍샵을 직접 이끌기도 했고, 한인 가톨릭계의 대표적 행사인 남가주 성령쇄신대회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러 한인 성당에서 직접 미사를 집전하고 일반 신자들과의 만남을 마다하지 않았다.
남가주의 가톨릭 신자들은 김 추기경이 한국 가톨릭을 이끄는 큰 어른이면서도 항상 소탈하고 검소한 자세를 잃지 않고 일반 신자들과 한인들에게도 늘 가까이 다가왔던 ‘아버지’와 같은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
김 추기경은 남가주 방문 때 늘 사제관이나 수녀원에 기거했으며 신자의 집에서 열린 교우와의 만남에도 기꺼이 참석해 환담을 나누곤 했다고 신자들은 전했다.
김 추기경은 지난 2004년 뉴욕과 필라델피아, 시애틀 등 미국 내 한인 가톨릭계를 격려하는 순회 방문 일정의 하나로 LA를 찾아 성 크리스토퍼 한인 성당 등에서 특별미사를 집전하고 한인 신자들을 만난 게 마지막 남가주 한인들과의 교류였다.
어려서부터 김 추기경의 미사 집전을 보좌했고 김 추기경으로부터 직접 견진성사를 받으며 사제의 꿈을 키웠다는 몬트레이 교구 성 주드 성당의 김재섭 신부는 “인사를 드리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포근한 인상의 김 추기경은 언제나 닮고 싶은 위인이었다”며 “한국과 미주의 많은 한인 사제들과 신자들에 대한 그 분의 영향은 너무 크다”고 말했다.
<김종하 기자>
김수환 추기경이 1992년 9월 한국일보 미주본사를 방문, 장재민 회장과 신문 제작과정을 둘러보며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추도사<요약>
북미주 한인사목 사제협의회
한국 가톨릭교회의 큰 어른이시며 한국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우리 모두에게 빛과 희망이 되어 주셨던 김수환 추기경께서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북미주 한인사목 사제단을 대표하여, 서울 대교구를 포함한 한국의 모든 가톨릭 신자들과 북미주 한인 가톨릭 신자들,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는 모든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추기경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의 눈물을 먼저 닦아주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는 믿음으로 가난하고 소외당한 작은이들을 위한 교회상을 정립하고 이를 견인해 주셨으며, 세계 속에 한국 교회의 위상을 드높이고 그 자리를 확고히 해주셨습니다.
지난 58년 동안 사제로서 하느님 앞에 봉헌된 그분의 삶은 처음 주교가 되실 때 정하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라는 사목표어를 실천하는 삶이었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마지막 숨을 거두시면서 “모든 분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이 말씀은 당신께서 일생토록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인생여정에 함께 해 주신 모든 분에게 하신 말씀이라 믿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 같은 착한 목자를 저희에게 보내주셨고, 이제 다시 데려가신 하느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추기경님의 선종을 마음 깊이 애도하며, 이제는 인생의 모든 멍에를 내려놓고 주님의 품에서 그분의 얼굴을 뵈오며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2009년 2월16일
회장 박상대 신부 ·상임위원장 이덕효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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