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나 격의없던 분”
■오스틴 박(메트로은행 이사장)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편하고 격의 없이 대하시고 유머감각도 뛰어난 분이셨지요”
애나하임 성토마스 성당에 출석하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오스틴 박 메트로은행 이사장은 12년 전 직접 만나 뵈었던 김수환 추기경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애나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종교교육 컨퍼런스에 참석한 김 추기경의 안내를 맡아 3일간 수행을 했다는 박 이사장은 “당시 수행원도 없이 혼자 방문하신 걸 알고 교우 한 명과 함께 번갈아가며 차를 태워 드리는 등 길잡이 역할을 했는데 추기경이신데도 신부나 수녀, 일반 신자들을 만나도 전혀 권위를 세우지 않고 늘 조그만 가방 하나만 들고 다니시는 등 무척 검소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이 전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김 추기경의 애창곡이 김수희의 ‘애모’인데, 당시 공식 일정이 끝나고 참석자들이 노래를 신청하자 김 추기경이 마다하지 않고 “김수희의 애모가 아니라 김수환의 애모다”라며 노래를 3절까지 불렀다는 것.
박 이사장은 “노래도 잘하셨지만 치매 예방을 위해 일부러 끝까지 하신다며 3절까지 부르셨던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당시 모신 기간은 사흘에 불과했지만 30년을 같이 있었던 것 같은 친근감이 느껴졌다”며 “선종 소식을 접하니 너무나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오스틴 박 메트로뱅크 이사장(맨 오른쪽) 부부가 김수환 추기경과 식당에서 함께 했던 모습.
<정대용 기자>
“정 많고 푸근하셨던 분”
■김재동(의사·가톨릭 종신부제)
“김수환 추기경은 한국인들에게 올바른 인간상과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시는 분으로 영원히 우리들의 마음속에 간직될 것입니다”
1988년 미주 한인천주교회 창립 20주년 기념식 집전을 위해 LA를 방문한 김수환 추기경을 가까이서 모시며 개인적 인연을 맺었다는 김재동 종신부제(사진)는 김 추기경에 대해 “정이 많고 푸근하며 친근감 있는 분”이라고 회상했다.
이후 3차례에 걸쳐 김 추기경의 LA 방문 때 미사 보좌를 맡았던 김 종신부제는 “그 분의 성품을 존경해 첫 아들의 영어명을 김 추기경의 세례명(스테파노)을 딴 스티븐으로 짓고 한국 이름에도 ‘수’자를 인용해 김수영으로 지었다”며 “내 인생의 길라잡이가 되셨다”고 소개했다.
업랜드에서 내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김 종신부제는 “추기경께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서울에서 지구를 관통해 반대쪽에 나오는 아르헨티나가 아니라 사람의 머리에서 가슴까지’라고 하시며 ‘신앙도 인간관계도 머리로는 이해와 납득이 되지만 가슴으로 함께 느끼기는 것은 쉽지 않다’고 강조하셨다”며 “이 말씀을 늘 머릿속에 기억하며 지금껏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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