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 평통 분회를 LA 평통 협의회에서 분리해 독자적인 지역협의회로 독립시켜야 하는가. 이 문제에 관한 찬반양론이 뜨겁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OC 평통은 LA 평통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 이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살림을 차려 부모 곁을 떠나 분가해 나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알다시피 OC는 미국 내에서 LA, 뉴욕에 이어 세 번째로 한인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지역적으로 LA에 인접해 있을 뿐 행정적, 경제적으로 완전히 다른 생활권이다. 한인회, 상공회의소, 체육회를 비롯한 많은 단체들이 LA지역과 독립하여 운영되고 있는 사실만 보더라도, 평통이 OC협의회로 독립되는 것은 당연하다. OC보다 한인인구가 훨씬 적은 시카고, 애틀란타, 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 7개 지역이 협의회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 또한 옳다.
평통 해외지역 협의회는 평화통일의 선도역할과 해외동포의 통일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는 등의 목적을 위해 설립 운영되는 조직이다. 조직이 비대해지면 의사결정과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역기능이 나타나게 된다. 규모의 적정화는 효율의 극대화와 직결된다. 능률적이고 효과적인 평통 운영을 위해서도 OC 평통 독립은 필요하다.
반대하는 분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첫째, 사안에 대한 적절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둘째 OC와 LA는 1시간 정도의 거리라 활동에 지장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는 그 동안의 과정을 간과하고 있는 일방적인 주장이다.
OC 한인사회는 여러 번의 모임을 통해 평통 독립에 관한 여론을 충분히 수렴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모아진 의견을 관계기관에 보냈다. LA영사관에 접수된 민원은 본국에 보고되었고, 이는 총영사의 당연한 의무다. 절차를 무시한 일방 통행식 분리안이라는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 OC 평통 독립을 위한 일에 LA 한인사회의 승낙까지 얻어야만 한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현 LA 평통 위원들의 의견을 물어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논리적 타당성이 없다. 평통 운영에 관한 능률과 효율성의 문제는 본국에서 결정할 정책적인 문제이지 LA위원들이 투표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 175명의 위원 중 대다수가 LA출신 위원으로 투표 결과가 너무나 뻔한데 이 결과를 가지고 결정하자는 주장은 민주절차를 빙자해 OC 독립을 막아보자는 얘기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OC와 LA거리가 멀지 않아 활동에 지장이 없다는 것도 무리한 주장이다. 대체로 저녁시간에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출퇴근시간 교통체증 때문에 두 시간 가까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샌디에고나 인랜드에서 오는 회원들은 세 시간 이상이 걸린다. 언제까지 이런 비생산적인 일을 참아내야 하는가. 반대로 LA위원들이 OC나 샌디에고 모임에 참석해야 하는 경우를 상정해 보았는가. 해답은 자명하다.
OC 평통 독립에 관한 청원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02년부터 있었던 일이다.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입장을 존중해 주는 데서부터 화합이 시작된다. 오렌지카운티는 20만이 넘는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다. OC 한인사회가 만장일치로 원하는 정당하고 타당한 이 요구를 LA 한인사회가 흔쾌하게 지지해주기 바란다. 그것이 남가주 동포사회의 앙금을 해소하고 통합을 이루는 올바른 방법이다.
이 문제로 인한 소모적인 논쟁이 종식되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OC 평통을 독립시키는 것이 분쟁을 확실하게 끝내는 길이다. 한국 평통 관계기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정찬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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