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이라는 말이 부쩍 성행하고 있다. ‘웰(건강한)’ 이라는 단어와 ‘빙(존재)’이라는 단어의 영어 합성어로 직역하면 ‘건강한 존재’ 즉 행복한 삶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말이 최근 들어 회자되는 것은 인간의 수명이 대폭 연장되고 삶의 질에 눈을 돌리고 나서 부터이다.
사람들이 오래 살다보니 웰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인지, 웰빙에 신경을 쓴 결과 오래 살게 되었는지 정확히 답을 내리기는 어렵겠지만 장수와 웰빙이 밀접한 관계에 있음은 틀림없는 일이고 서로 상승효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싶다.
요즈음 신문의 부고 란을 보면 80대는 보통이고 100세 가까운 나이에 돌아가신 분들도 허다하다. 지난 일요일 교회에서 가장 연세가 많은 교인들의 친교모임에 가보니 할머니는 16명이고 할아버지는 4명이었는데 남자가 여자보다 더 고생해서 일찍 죽는다, 여자는 태생적으로 오래 살게 만들어졌다 등등 수명에 관해 의견이 분분하였다.
필자가 슬쩍 끼어들어 “하나님께서 뱀의 꼬임에 미혹된 여자를 더 사랑하시겠어요? 오히려 남자를 더 사랑하셔서 웰빙 인생을 주셨기 때문이지요”라고 말했다. 물론 웃자고 한 말이지만 한국인의 건강수명이 평균수명 보다 10년 낮음을 볼 때 병약 속에 장수하는 것이 마냥 행복한 삶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유행하는 9988-234라는 말이 웰빙을 원하는 노인들의 심리를 가장 잘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웰빙은 육체적 정신적 만족을 갖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려는 생활 형태이다. 따라서 육체뿐만 아니라 건강한 정신 또한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사람들은 유독 외형적인 면에만 치중하는 성향이 크다.
웰빙 음식을 먹고 웰빙 운동은 열심히 하면서도 자신의 마음과 영혼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 예컨대 품성을 닦는 일이라든지 남을 돕는 일이라든지 사회규범을 지키는 일과 같이 내면세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정신 웰빙에는 상대적으로 등한시 하고 있다.
육체적 건강은 정신을 건강하게 지탱해주는 중요한 요건이 되지만 결국 반쪽 웰빙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금수와 다른 점은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사람은 육체적인 웰빙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웰빙, 곧 건강과 행복이 함께 조화를 이룰 때 완전한 웰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육체는 발달되고 성숙하였으나 정신적으로는 어린아이와 같은 철없는 어른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이 육신적으로 잘 가꾸어 건강할지는 모르나 오로지 자신의 탐심과 정욕에 사용된다면 오히려 그 삶은 웰빙이 아니라 이 사회에 있으나 마나한 ‘비게 덩어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최근 87세에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이야 말로 가장 높고 권위 있는 자리 뒤편에서 힘없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스스로 이웃이 됨으로써 웰빙 인생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신 분이셨다. 김수환 추기경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하기 위해서는 또한 그분을 잃은 슬픔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연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이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 자신을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통해서 인간의 웰빙이란 외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면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