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살고 있는 아들이 아버지와 여동생을 찾기 위해 미국에 보낸 편지가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함경북도 부령군에 사는 로 모 씨는 지난 1월1일자로 미국 뉴욕 퀸즈에 사는 고모부 김중현 씨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 내용은 자신이 1997년 11월3일 평양고려호텔에서 상봉했던 아버지 로 모 씨의 장남이라면서 미국에 사는 여동생과 연락이 끊겨 아버지 소식을 알 수 없으니 자신의 소식을 전해달라고 고모부인 김 씨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로 씨는 편지에서 지금까지 10년 넘는 세월 미국에서 살고 있는 여동생과 편지거래를 가졌었는데 최근년간 편지거래가 끊어져 그럽니다라고 설명한 뒤 연락이 끊어지고 나니 아버지 생사 여부도 알 수 없고 건강하게 지내는지 알고 싶다며 고모부가 소식을 꼭 전해주면 감사하겠다고 자신의 사연을 전했다.
로 씨는 또 제 어머니도 금년 89세인데 여전히 건강하시구 우리 형제들도 다 잘 있습니다라고 북에 있는 가족들의 근황을 전하고 아버님께서 새해를 맞이해 부디 건강하시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오래오래 장수하십시오라고 새해 인사를 올렸다.
북한에서 보낸 편지가 이같이 공개된 것은 주인을 찾지 못하던 이 편지를 뉴욕 한인 라디오방송의 PD가 알게 돼 그 사연이 방송을 탄 데 따른 것이다.
로 씨가 보낸 편지 주소에는 고모부가 살지 않았고 이 편지를 배달하려 한 미국인 우체부는 보낸 사람의 이름과 주소가 한글로 돼있는 이 편지의 우표에 ‘DPR KOREA’가 명기돼 있었던 때문인지 편지를 인근의 델리가게를 운영하는 한인에게 주인을 찾아달라며 맡겼다.
이 편지를 갖고 있던 델리가게 주인은 2월 중순께 자신의 가게에 지인과 함께 찾아온 뉴욕 등 미 동부지역의 한인 라디오방송인 KRB의 김준한(32) PD에게 주인을 찾아달려며 편지를 전했다.
김 PD는 내가 방송국에 있으니까 한인 사회에 알리면 주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이 분이 편지를 전해줬다면서 2월말에 사연을 방송하고 나서 제보가 오기도 했지만 아직 편지 주인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PD는 북한에서 미국으로 편지가 온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 소인이 찍힌 편지의 봉투에는 인쇄된 70원짜리 ‘조선우표’ 외에 북한 인공기, 로동신문, 총검을 든 손 그림에 ‘우리를 건드리는 자들에게 무자비한 죽음을!’이라는 선전용 문구가 적혀있는 30원짜리 우표가 앞에 2장, 뒤에 3장 등 5장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이 편지가 북한에서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미국으로 보내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연구활동 중인 탈북 인사인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 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 미수교국으로 보내는 편지는 해외동포위원회를 통한 국제우편으로만 되는데 봉투나 우표가 이 편지에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이런 식으로는 미국으로 우편이 배달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 편지는 인편을 통해 중국 등을 거쳐 미국에 온 것으로 보인다며 봉투에 중국 소인도 없는 것으로 볼 때 중국에서 보내진 것도 아니어서 미국에서 누군가 우체통에 넣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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