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단상 박용진 목사(어스틴 제일 장로교회)
필자가 처음 신혼살림 시작하던 날이 생각납니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보니 집안에 가구와 살림살이만 있고 먹을게 하나도 없는 겁니다. 열 세평짜리 작은 전세집이지만 집이 생긴 것만으로도 기뻐서 아내와 함께 가까운 마트에 갔습니다.
부엌에서 쓸 도마, 칼, 소쿠리, 수세미, 퐁퐁, 그리고 욕실에서 쓸 비누와 샴푸, 냉장고에 채울 반찬과 음식들까지 한 짐 가득 샀습니다. 계산을 하던 아줌마가 말을 건냅니다. “어머… 신접살림 시작하시나봐…” 얼굴에 웃음 가득 덕담을 해줍니다. 앳된 신랑 신부가 집안에서 쓸 물건들을 한꺼번에 사가는 모습이 예뻐보였던 게지요. 어쩌면 당신의 옛날 신혼살림 시작하던 때가 생각나서 흐믓했는지도 모릅니다.
물건을 주차장까지 실어다 준 아저씨도 수건으로 땀을 씻으며 덕담을 얹어줍니다. “새살림 시작하나본데… 잘 사슈…” 하고는 기분이 좋으신지 함박웃음을 짓고 돌아섭니다.
낯선 사람들에게서 뜻밖의 축복을 받고 얼마나 감사하던지…필자는 그때 우리가 신혼부부인걸 이 분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의아해했었습니다. 이제 생각해 보니 인생을 오래 살아본 이들은 다 아는 수가 있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살림이 이제는 큰아이가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갈 만큼 지났으니 그분들의 덕담과 축복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엊그제 필자교회가 새예배당 건물을 장만하고 살림살이를 들여놓았습니다. 집에서 예배드리다가 밖으로 나온지 세 달이 채 못되어 단독건물을 얻게 된 것입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지요. 교인들의 감격과 기쁨은 말할 것도 없고 공간도 얼마나 넓고 예쁜지 결혼하여 처음 신혼살림 차리는 기분입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주일 내내 기도하고 교제하고 예배하는 우리만의 공간이 생겨난 것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새예배당에 필요한 집기와 물건을 들여놓는 교인들의 얼굴은 신혼살림을 장만하는 신랑신부의 표정 그대로 입니다.
의자 수백개와 테이블 수십개가 본당과 식당에 설치되고 각종 방송장비와 주방에서 쓸 냉장고들 대형밥솥들 마이크로웨이브 그릇 숟가락 젓가락 등이 줄줄이 들어올 때 마다 교인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합니다.
피아노와 성가대 까운들도 걸어두어야 하고 사무용테이블과 복사기가 들어올 공간도 만들어야 합니다.
건물입구에 교회간판도 붙여야 하고 주차장에 안내표지판도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이 많은 일들이 일사천리로 쑥쑥 진행됩니다. 교인들의 손이 닿기만 하면 마치 마술처럼 척척 만들어지고 채워집니다. 주님과 함께 처음 신접살림 차린다고 해야겠지요. 지나던 이들이 보고 “잘 사슈…” 하는 덕담이라도 얹으면 영락없는 신접살림입니다. 지인들이 전화를 해서 축하한다고 덕담을 해주는데 필자는 이게 왠 과분한 은혜인가 싶어서 자꾸 눈물만 납니다.
주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적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날 것이라”(사43:17-18) 주님과 함께 신접살림을 차려보는 이들이 많아지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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