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3차 야구 전쟁은 수비에서 승패가 갈렸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이 18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승자전에서 잇단 호수비로 또 한 번 일본 열도를 침몰시켰다.
양팀 수비수들은 발 빠른 상대팀 상위 타자를 꼭 묶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같았지만 한국은 이를 슬기롭게 극복한 반면 일본은 경기 시작과 함께 순식간에 무너졌다.
태극전사들은 1회초 수비부터 몸을 날리는 명품 수비를 펼쳤다. 2루수 정근우(SK)가 톱타자 스즈키 이치로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잘 따라가 잡은 뒤 비호같은 송구로 이치로를 1루에서 잡아냈다.
다음 타자 가타오카 야스유키의 우전 안타성 타구는 1루수 김태균(한화)이 걷어냈다. 김태균은 빠르게 굴러가는 타구를 엎어지면서 잡아내 1루 커버를 들어오던 선발투수 봉중근(LG)에게 던져줘 아웃시켰다.
야수들이 안타나 다름없는 타구 2개를 잇달아 잡아낸 덕분에 봉중근은 금세 평상심을 회복했다.
반면 일본은 1회말 수비 때 대표팀 ‘발야구’에 흔들렸다.
톱타자 이용규(KIA)가 좌전 안타로 출루하고 후속 정근우 타석 때 초구에 시도한 과감한 2루 도루가 일본 내야를 휘저었다.
정근우는 중전 안타성 타구를 때렸고 2루수 이와무라 아키노리(탬파베이)가 열심히 따라가 역동작으로 잡았지만 발 빠른 정근우를 1루에서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어 김현수가 때린 2루수 앞 병살타성 타구가 일본 키스톤 콤비의 실책이 되면서 승부의 균형은 급격히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일본의 주전 유격수는 나카지마 히로유키(세이부)지만 감기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이날은 가타오카 야스유키(세이부)가 나섰다. 가타오카는 소속 팀에서는 2루수를 맡고 있다.
김현수의 타구를 잡은 이와무라는 2루 커버를 들어오던 가타오카에게 토스했지만 가타오카가 놓쳤고 그 사이 3루 주자 이용규가 홈을 밟아 한국은 결정적인 선취점을 거저 얻다시피했다.
1회 3점을 뽑아 유리하게 경기를 이끈 대표팀은 안정적인 수비로 반격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3-0으로 앞선 3회초 1사 1루에서는 가타오카를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잡아냈고 4회 4회초 1사 1,2루에서도 우치가와 세이치(요코하마)를 유격수 병살로 묶었다.
주전 유격수 박기혁(롯데)은 메이저리그 팀과 두 차례 평가전에서 실책을 연발, 우려를 안겼지만 이날은 유연한 수비로 오명을 말끔히 씻었다.
3-1이던 6회초 2사 1루에서 대타 이나바 아쓰노리(니혼햄)의 안타성 타구를 투수 윤석민(KIA)이 글러브로 건드려 2루 땅볼로 마무리 한 장면 또한 한국을 위기에서 구해낸 호수비였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3-1로 승리가 굳어지자 5회초에는 정근우 대신 고영민(두산)을 2루수로, 7회초 수비에는 중심타자 김현수(두산)를 빼고 이종욱(두산)을 투입하는 등 내외야 수비벽을 견고히 쌓아 4강행을 확정지었다.
(샌디에이고=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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