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안다
“미국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한 달 적다. 그래서는 21세기 경제를 준비하지 못한다…새로운 시대의 도전은 더 많은 학교 수업을 요구한다”며 한국교육을 본받자는 오바마의 최근 발언은 한국의 기형적인 교육실정을 모르는 데서 온 실수가 아니다.
뉴욕타임스를 통해서 수 차례 소개된 한국의 교육실정을 오바마는 이미 꿰뚫고 있다. 해서, 퀴리 부인, 아인스타인, 에디슨, 뉴턴, 갈릴레오, 스필버그가 요즘 한국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았다면 오늘날 어떤 상태에 있을지도 잘 알고 있다. 퀴리는 대학 졸업 후 칼댄 흔적 없는 얼굴, 작은 키, 평범한 몸매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집에서 선을 보든지 아니면 동거라도 해라”고 구박받고 있다. 에디슨은 발명품 몇 개를 가지고 특허청에 찾아갔지만 초등학교 졸업 학력자는 신청할 수 없다고 퇴짜를 받았다. 아인스타인은 수학은 잘했지만 다른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아 대학에 못 가고 삼수를 하고 있다. 갈릴레오는 “그래도 지구는 돌고 있다”는 입바른 소리를 하다가 연구비 지원이 끊겨 한강 둔지에서 방황하고 있다. 뉴턴은 대학원에 진학, 졸업논문을 썼지만 심사교수들이 그것을 이해 못해 동영상 버전을 만들고 있다. 스필버그는 하루 15시간씩 해야 하는 공부를 포기하고 전자상가를 배회하면서 카메라를 사려고 기웃거리고 있다.
주입식 원리에 입각한 한국의 학교수업, 강제 자율학습, 그리고 학원 과외가 사지선다형 시험의 정답을 찍어 점수 올리기에는 최적이며, 학교에 오래 묶어두는 것이 학생들의 창의력, 호기심, 자신감, 인간성, 재능을 파괴하는 최상의 도구라는 것을 오바마는 안다.
반면에,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적지만 경제협력기구(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에서 읽기, 쓰기, 수학, 과학 등 모든 분야에 매년 선두를 지키고 있는 핀란드 학생들이 존재하는 것도 오바마는 안다. 조기교육 없는 핀란드는 7살이 되어야 학교에 들어가, 반나절만 학교에서 보내고, 방학도 3개월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란드가 세계 최고의 교육경쟁력을 갖춘 나라로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훈련 받는 책 읽는 습관, 모든 국민의 취미생활이라 할 정도로 활발히 이용되는 도서관, 그리고 단순한 지식 축적이 아닌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교육이 그렇게 만들었다. 학교에서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라기 보다 학생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도하고, 학습에 흥미를 잃지 않게 하며, 학생들로 하여금 제시된 문제의 해결방법을 스스로 찾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즉, 배움을 향한 갈증을 만들어 주고, 그 길목에 놓인 어려움을 극복케 하여 홀로 서게 하는 방법이다.
“학교에 오래 남아 있어라”는 오바마의 교육 방향타를 조정하는 것은 채찍과 당근으로 수정 가능한 학생의 행위에만 초점을 두고, 학습 동기유발, 성격형성에는 무관심한 행동주의 교육심리학이다. 그것에 휘말린 오바마의 목적은 하나다. 애당초, 19세기 독일 의무교육을 본받아 시작된 미국의 교육은 “순종하는 시민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지식인을 만들어내는 홀로서기 교육은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해보려는 오바마의 정책에 골치 아픈 존재들만 양산한다. 프로페셔널 바보를 생산하는 한국식 교육이 미국의 “바보 만들기” 의무교육 전통을 일관성 있게 지켜나가는 데는 최적인 것을 오바마는 안다. 그는 미국교육의 롤 모델을 독일에서 한국으로 바꾼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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