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발생한 미국 뉴욕주 빙엄턴의 이민자 서비스 센터 총기 난사사건의 범행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1980년대 말 뉴욕으로 온 41세의 베트남계 이민자 지벌리 윙은 20여년간의 미국생활에서도 언어 장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한다.
범행을 저지른 빙엄턴 이민자 센터는 영어 회화를 익히기 위해 그가 `ESL(제2언어로서의 영어)’ 수업을 들었던 장소.
그의 담당 강사였던 엘리자베스 해이스는 지난 1월말 윙이 자신의 수업을 등록했고, 3월 초에 중도 포기할 때까지 간헐적으로 수업에 참여했었다고 전했다.
수업 시간에도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잘못된 문장을 고쳐줘도 고맙다는 얘기도 하지 않는 무뚝뚝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기억했다.
물론 클래스내 다른 수강자들과도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교분을 쌓지도 않았다.
사건 당일 윙은 접수대 직원에게 총격을 가한 뒤 곧바로 자신이 공부했던 ESL 클래스로 향했고, 교실에 있던 교사와 학생들을 향해 무차별 난사했다.
당시 담당 강사인 해이스는 휴가중이어서 임시교사였던 로베르타 킹이 수업을 하고 있었고, 17명의 손주를 가진 72세의 킹 여사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과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윙은 평소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직장 동료들로부터 비웃음을 샀으며, 자신이 일하던 청소기 공장에서 해고된 뒤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한다.
결국 언어 장벽으로 인해 미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직장에서도 쫓겨난 아시아계 이민자가 자신이 영어를 배웠던 이민자 센터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한 것이 지금까지 나타난 사건의 실체다.
사건이 발생한 빙엄턴 이민자 센터에는 한국인들도 상당수가 등록해 ESL 수업을 들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주가 빙엄턴 지역의 봄방학 시즌이어서 대부분 학부모들인 한국인 수강생들이 수업에 나오지 않아 큰 화를 면한 것으로 현지 교포 언론은 전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희생자들이 대부분 `아메리칸 드림’을 공유해온 8개국 출신의 이민자들이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희생자 가운데 칼릴이라는 이라크계 이민자는 불안정한 정정이 지속됐던 이라크에서 3번의 폭발사고 현장에서도 살아났지만, 이번 불운은 피해가지 못했다.
칼릴의 남편인 사미르 알살리히 빙엄턴대 객원교수는 아내가 배움의 열정이 많았고, 미국에 와서도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 애를 썼다면서 7개월전 요르단을 거쳐 미국으로 온 뒤 이처럼 평화로운 땅에서 살게 된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아버지로부터 받은 행운의 타원형 메달을 몸에 지니고 다녔던 필리핀계 재봉사도 있었고, 주말에 나이애가라 폭포로 여행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던 파키스탄 출신 처녀도 있었다고 한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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