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4.29폭동이 일어 난지 17주년이 되는 날이다. 매해 이때가 되면 언론과 사회단체들이 4.29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이 모든 것은 과거형일 뿐이다.
그러나 4.29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한인들이 있다.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 보상을 못 받은 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폭동피해자들이 그들이다. 이들에게 4.29는 아직도 매일같이 접하는 현실이고 생각하기 싫은 악몽이 되고 있다.
이들은 다른 이들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이민 와 새로운 개척정신으로 열심히 일해 장만했던 생활의 터전을 하루 아침에 잃은 후 보상 대신 연방정부에서 제공한 30년 상환 저금리 재해융자를 받아 빚으로 다시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 받았던 융자는 이제 겨우 반을 갚았을 뿐이고 아직도 더 갚아야 하는 부담 속에 살고 있다.
게다가 연방정부는 이들의 융자를 이윤에만 급급한 융자업자들에게 팔아 넘겼고 이들의 횡포로 인해 피해자들은 엄청난 시달림을 받고 있다. 특히 지금같이 경제가 나빠진 상황에서 빚더미 속에 생활을 겨우겨우 이어가고 있는 폭동피해자들의 어려움은 말할 필요도 없다.
17년 전 4.29폭동이 일어났을 때 한인들은 폭동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기부도 하고 생활용품을 나누는 따뜻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마치 그때 그 행위로 할 도리를 다한 것처럼 여기고 피해자들의 지속되는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 폭동 후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이 있다면 이들을 격려하고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17주년이 되었으면 한다.
이와 함께 폭동 당시 상황을 돌아봄으로써 오늘에 필요한 교훈을 찾아 봤으면 한다. 4.29폭동은 1990년대 초 경제 불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당시의 불황은 1930년 대공황 이후 발전을 거듭해온 캘리포니아 주에 50년 만에 처음으로 찾아 온 불황이었다. 이런 상황은 주로 제조업에 종사하던 흑인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었다.
경기가 나빠지자 생활고에 시달린 흑인 주민들 눈에는 영어도 못하는 한인상인들이 질투의 대상이 되었고, 그런 와중에 박태삼씨와 두순자씨의 과잉방어 사건이 발생하고 주류언론이 이를 조명하자 한인 상인들에게로 불똥이 튀었던 것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남가주는 120개의 다민족들이 모여 살고 있는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미국이 겪고 있는 불황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하다. 1990~1991년 흑인들과 소수민족들이 주로 감당했던 불황과 달리 그 내용과 규모가 중산층 백인들에게 까지 미치고 있고 한동안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남가주 지역은 가장 불안정한 지역이다. 아직 어울려 사는데 익숙하지 못하고 서로의 대한 불신이 그대로 존재한다. 4.29폭동 이후 서로 간에 융합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기에 불황 속에서 억눌린 감정이 언제 폭발할지, 그리고 어디로 불똥이 튀게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시기이다.
이럴 때일수록 행동 하나하나에 더 신경 쓰고 공존의 미덕을 배워 나가야 한다. 4.29폭동을 겪을 때만 해도 우리는 마치 백인 쪽에 속해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폭동을 통해서 우리는 흑인들보다도 더 나약한 소수민족이란 걸 뼈아프게 깨달았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소수민족으로서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잘 단속해야 한다. 다른 민족들의 미움과 질투의 대상이 안 되도록 노력하는 자세와 슬기로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데이빗 김/ 변호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