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는 가운데 오는 16일 워싱턴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발표되었다. 북한이 2차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해상 봉쇄와 금융제재를 결의하는 등 한반도 위기가 크게 고조되고 있는 상항에서 열리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라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무엇보다도 북한 문제가 최대 의제가 될 것이 분명한데 두 정상은 지난 4월과 5월에 있었던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와 핵실험에 대해 강도 높은 규탄을 할 것이며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명문화함으로써 두 나라 사이의 우의와 동맹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위협에 대해 강경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화를 통한 북미간 접촉 노력을 포기한 것은 아니며 또 지금 당장 미국에는 유나 리와 로라 링 등 북한에 억류된 두 여기자 석방이 초미의 관심사인 것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미국은 지금 여기자들의 석방을 위해 모든 채널을 통해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는데 그 노력 가운데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이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중 한 명을 북한에 특사로 보낼 것이라는 설도 구체화 되고 있어 이미 북한과의 물밑교섭은 시작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몰론 북한 제재에 큰 목소리를 내면서 여기자 석방문제로 북한과 타협을 하는 모습이 미국에도 부담이 되기는 하겠지만 미국은 늘 인도주의를 중요시하고 있으며 외국에서 재난을 당한 자국민 보호에 집착해 온 전통을 갖고 있는 터라 이 문제를 북미 교섭의 물꼬로 삼으려는 북한의 이해와 맞아떨어지는 시점이 되면 여기자 석방문제는 전광석화처럼 해결될 수도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미국은 실용주의를 신봉하는 나라다. 우리가 살면서 익히 체험하고 있듯이 미국인들은 개인 사이에서도 친하게 지내다가 자기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꼈을 때는 그 날로 지체 없이 돌아서는 것을 우리가 알기에 국가 간에서도 철저하게 실용주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번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하여 파격적인 예우를 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님으로서 홀대를 당하는 것보다 융숭한 대접을 받는 것이 더 할 수 없이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 환대 가운데 혹 FTA 문제같이 한국에 양보를 바라는 계산은 없는 것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여기자 석방 이후’를 주목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여기자 석방을 위한 대북 특사 파견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외신도 있었지만 여기자 석방을 계기로 미국과 북한과의 문제가 급하게 대화 국면으로 바뀌어진다면 그동안 대치국면으로만 지속돼 온 남북 관계가 동력을 얻기보다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악화되거나 후순위로 밀려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장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경한 제재 결의가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알 수 없으나 북한도 결국은 수그러들 것이고 미국도 북한과 전쟁할 입장은 아닐 테니 한국 정부도 기회를 놓치지 말고 대화 모드로 돌아서야 한다. 6.15 공동선언 9주년 기념일을 맞아 이명박 정부가 6.15 선언과 10.4 선언의 이행을 과감히 천명하는 것이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용현 /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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