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한반도에는 안보위기 상황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이 발표되었을 때 금방 통일이 되고 평화가 찾아올 것처럼 선전한 과거 정권들의 주장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6·15 공동선언’을 성사시키기 위해 현금 4억5,000만달러를 북한에게 뒷돈으로 지급했다. 이 돈이 북핵 개발에 사용된 것은 명확해 보인다. 뒷돈 거래는 2003년 6월 ‘대북송금 특검’을 통해서 불법적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6·15 공동선언’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통일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기초하여 대한민국의 핵심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6·15 공동선언’은 제1항에서 ‘우리 민족끼리’라는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공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세계화가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는 현대 사회에서 외부 세계와 문을 걸어 잠그는 구한말 위정척사파식의 폐쇄적 민족주의적 사고를 갖고 우리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달성할 수 있을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북한이 내세우는 ‘민족공조론’은 ‘반미자주’ 선동을 통해서 한미동맹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달성하여 남한 적화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이다. 북한은 ‘6·15 공동선언’ 합의 이후 인도주의적 문제마저도 식량과 비료를 확보하기 위한 협상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이런 북한의 본질을 무시한 채 비전향 장기수 63명 전원을 조기 송환하는 잘못을 범했다. 이 선언 이후 북한은 국군포로 1,800명과 납북자 500명 문제는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한 교류협력의 활성화라는 명분하에 지난 10년간 현금 29억달러, 현물 40억6,000만달러를 합쳐 약 70억달러를 북한에게 퍼주기 식으로 지원했다. 북한은 이를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하여 제2차 핵실험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의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10·4 선언’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수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6·15 선언’의 기본 정신을 재확인하여 오히려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10·4 선언’은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를 비롯하여 그 이전의 중요한 남북 간 합의를 사문화시키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이처럼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두 선언을 북한은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선언의 무조건적 이행은 한국민에게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지울 뿐만 아니라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 전략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의 주장에 맞장구를 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명박(MB) 정부는 이 두 선언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이행할 것’ ‘수정할 것’ ‘폐기할 것’을 엄격하게 따져본 후 이행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가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는 합의사항들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 기본합의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등 여타 합의서와 함께 이 두 선언의 이행문제를 대화를 통해 협의해 나갈 것을 북한에 인내를 갖고 지속적으로 촉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명 박정부는 통일은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갖고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김영호 /성신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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