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북한 지도자 김정일의 건강문제에 대하여 여러 풍문이 돌고 있다. 작년에는 그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느니, 또 최근에는 췌장암을 앓고 있다느니 추측이 만발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최근 사진을 보면 지난 일년 사이에 몸이 무쩍 쇠약해진 것이 분명하다.
그의 건강 악화는 누가 그의 정권을 계승하느냐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연히 외부 국가들의 큰 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비록 정식으로 공포되지는 않았지만, 김정일의 셋째아들인 김정운이 북한 정권을 이어받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정운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진 바가 없다. 20대 젊은 청년으로 어릴 때 스위스에서 몇 년 동안 학교를 다녔다는 것, 영어와 독일어를 쓸 줄 안다는 것 정도가 전부이다. 만약 김정운 정권이 현실화할 경우, 그가 접하게 될 복잡하고 불안정한 국내외 문제들을 과연 그의 검증되지 않은 지도력으로 타개해 나갈 수 있는지 여부가 한반도와 관련된 외부국가들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있는 가운데서도 북한이 정권 승계를 조속히, 또 순조롭게 이행한다면 그 정권이 단기간 내 붕괴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관측으로는 어느 아들이 지도자가 되느냐 와는 무관하게 삼대 세습이 됐을 경우, 북한과의 협상 또는 화해가 계속 어려워지리라는 전망이다. 새로운 정권이 북한 내 군부나 다른 갈등 세력에 대한 과시용으로 강경한 대외정책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권이양 자체가 순조로울 가능성은 낮다는 예상이 우세이다. 그 이유는 1994년 김정일이 정권을 물려받을 당시와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경우는 김일성이 죽기 15년 전부터 차기 지도자로 내세워졌고 그 동안 북한 시민들이 그 승계절차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를 해두었다. 또 당시 정권 승계가 순조롭게 이행된 배경 중의 하나는 타이밍이었다.
모두가 듣고 기억하는 북한의 가뭄과 그에 따른 기아 사태, 소련의 원조 종결, 해결되지 못했던 원자력/핵무기 문제 … 이런 여러 문제들로 인한 위기가 정권교체 시기보다 시간적으로 앞섰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젊은 김정운 정권이 생겼다고 가정하자. 정치적 지도자로서의 실적이 없는 반면 급변하는 국제상황에서 그가 직면해야 하는 문제는 태산처럼 많다.
우선 자기 권력기반을 공고히 할 시간이 짧고, 서로 경쟁하는 파벌들을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교묘하게 조종해야 하며, 더군다나 연배를 중요시 여기는 전통을 극복하여 어린 나이로 능숙하고 노련한 연장자 ‘부하’에게 존경과 충성심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쇠약한 북한 내 경제상황, 외교 고립문제를 과연 그가 헤쳐 나갈 수 있을 지가 미지수이다. 그렇다고 이런 불리한 상황들로 인해 김정운 정권이 실패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당면해야할 난관이 산 넘어 산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면 이런 정치적, 경제적 위기현상을 볼 때 북한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새로운 정권이 무너질 것인가?
물론 북한 정권이 예전과 같이 현상유지 될 수도 있고, 또 종말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결과에 크게 영향을 받을 국가들은 앞으로 북한의 작지 않은 붕괴 가능성에 대응하여 적절한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데이빗 강/USC 한국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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