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라는 직업이 갖고 있는 큰 매력 중 하나는 ‘훌륭한 리더’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자기 분야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 그리고 세상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리더들을 만나 인터뷰를 할 때마다 삶의 진중한 자세와 겸손함을 배운다. 기자가 최근에 만난 우리 시대의 멋진 리더 2명을 소개한다.
어윈 셔머른스키 UC어바인 법대 학장은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주의 석학이다. 그는 한국식 표현으로 하면 ‘운동권 행동파’ 교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 사회에 인권과 평등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진보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의 진보적인 학문관은 오렌지카운티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상충된다며 UCI 법대 학장 임명이 번복될 정도였다.
그는 UCI 법대를 한인 커뮤니티에 알리기 위해 아주 진지하고 겸손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자녀들에게 법대 진학을 강요(?)하는 한인 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나의 큰 아이는 법대에 진학했지만 둘째 아이는 프로 테니스 선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며 법은 법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공부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평범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1960년대 미국 사회의 변혁을 목격하고 “법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믿어 하버드 법대에 진학했고 그 믿음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셔머른스키 학장은 미국의 지식인들이 왜 사회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지 보여주는 리더였다.
매이지 히로노 하와이주 연방하원의원 2차 대전 후 일본에서 태어나 술과 도박에 중독된 아버지를 피해 8살 때 어머니와 하와이로 이민 와 2006년에 연방 하원에 오른 정치인이다. 한인과 일본인 혼혈인 남편과 결혼해 자신은 ‘한국 시어머니를 두고 있는 일본 며느리’라고 말하며 웃는 모습이 너무나 정겨웠다.
보좌관 1명만을 대동하고 본보를 찾아 최선을 다해 인터뷰에 응하는 그녀를 보면서 ‘풋내기’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허세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초선 하원 의원으로 의정 활동에 대한 근황을 묻자 “워싱턴 D.C. 에는 대리석 바닥이 많아서 미끄러지지 않고 원활한 의정 활동을 하기 위해 모든 구두 밑창에 고무를 붙여야 했다”고 대답하며 명쾌하게 웃었다.
히로노 의원은 “1980년 정계 진출을 하기 전까지 ‘내가 준비가 됐나’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자신에 대한 엄격한 검증을 많이 했다”고 소개하며 “여성들은 자신에게 더 엄격하고 남성들보다 더 많은 것을 증명해야 하지만 그래서 더 뛰어나다”고 말했다. 히로노 의원은 정치인들의 진솔함이 워싱턴과 유권자들의 간극을 좁히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롤 모델이었다.
김연신 / 사회부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