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팥빙수가 한 그릇 먹고 싶어졌습니다. 뜨거운 날씨 탓인지 고국서 맛있게 먹었던 팥빙수가 솔솔 생각이 나는 겁니다. 한여름 길가다 제과점이나 빵집에 가면 어김없이 팥빙수가 있습니다. 얼음을 분쇄기로 갈아서 과일과 미숫가루를 넣고 그 위에 식힌 팥죽을 걸쭉하게 부어 만든 이 빙수가 언제부터 생겨났는지는 모르지만 여름철에 별미입니다. 꼭 빙산을 연상케 하는 하얀 얼음가루가 목을 타고 들어가면 아무리 땀을 뻘뻘 흘렸어도 금방 땀이 식고 나중엔 추워지기까지 합니다. 급한 마음에 한꺼번에 퍼먹으면 머리가 꽝꽝 얼어서 냉동병증세가 나타나기까지 합니다. 더위를 한방에 날려 버리는 데는 최고입니다.
그런데 올 들어 이상하게도 그 팥빙수 생각이 갑작스레 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곳 어스틴에는 팥빙수를 맛있게 만들어 파는 곳이 없어서 집에서 만들어 먹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일단 대형마켓에 가서 깡통에 든 인스턴트 팥죽을 사오고 미숫가루와 떡은 한국마켓서 구해오고 과일은 가까운 식품점에서 사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음 뿐이지 그걸 먹자고 일부러 장보러 갈 시간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때마침 교인들과 근교의 기도원에 기도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그 지역 한국마켓에 들러 장을 보게 되었는데 세상에… 거기서 팥빙수를 파는 게 아닙니까? 얼마나 반가운지 당장 여럿이 모여 시원한 팥빙수를 한 그릇씩 사먹게 되었습니다. 마침 찬송하고 기도하느라 그렇지 않아도 목이 칼칼하던 차에 시원한 빙수가 목을 타고 넘어가니 머리가 꽝꽝 얼어붙는 것입니다.
먹고 싶었던 걸 먹고 나니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산모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나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고국을 떠난 지 벌써 십 년이 다 되어 갑니다. 처음에 와서는 현지음식도 잘 먹고 햄버거나 피자며 베이글과 라자니아와 화이타 등도 독특한 맛에 잘 먹었습니다만 시간이 갈수록 고국입맛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큼직한 컵에 얼음을 가득 담아 주둥이까지 채워 건네주는 콜라 맛도 뜨거운 여름엔 꽤 시원했는데 이젠 구하기도 힘든 팥빙수타령을 하는 걸 보니 필자도 나이가 들어가는 모양입니다. 한 그릇 음식에 기분까지 좋아질 수 있다니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아마 더위에 입맛을 잃기 쉬운데 별미라서 유난히 더 기분까지 좋아지는 건지도 모릅니다. 한 그릇빙수가 더위를 단번에 날려버리듯 가뜩 열 받은 마음을 단번에 식혀 주는 게 하나 있습니다. 칭찬입니다. 칭찬은 코끼리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더군요. 입에 발린 인사 치레 말고 진심으로 그를 인정하는 마음으로 하는 칭찬말입니다. 그러면 이까짓 더위쯤은 거뜬히 이겨내고도 남습니다.
주님도 우리 마음을 시원케 하실 때 칭찬을 자주 쓰셨더군요. 주님이 쓰신 건 축복이란 이름의 팥빙수입니다. 주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니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지어다”(마25:23) 칭찬과 격려에 후한 자 되어 더위 같은 인생에서 빙수 같은 이가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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