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와 한국 가곡 어우러진
세계 정상급 성악가 완벽 공연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여성 소프라노 3인방-조수미 홍혜경 신영옥 중에 개인적으로 홍혜경을 가장 좋아하는 편이다. 그것은 목소리와 외모, 프리젠테이션, 무대 매너, 이미지 등 모든 것을 포함하여 갖게 된 편애인데 6일 밤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에서 열린 홍혜경과 김우경의 듀오 콘서트는 이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두 사람의 공연은 안 본 사람들이 땅을 치고 후회해도 좋을 만큼 훌륭하고 즐거웠다.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공연 중간 중간은 물론이고 끝나고 나서 관객들이 끝도 없이 “브라보, 브라비”를 외치며 커튼콜을 해댄 덕에 두 사람은 앙코르 공연을 다섯 번이나 하고서야 무대에서 놓여났다. 오랜만에 진짜 세계 정상급 공연을 감상하고도 아주 ‘뽕을 뺀’ 연주회였다.
홍혜경의 더할 수 없이 원숙한 연주는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와 어울려 듣는 사람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깊고 서정적인 목소리와 섬세한 표현력, 기품 있는 자태에 더하여 훤칠한 키에 풍만하고 균형 잡힌 체격을 가진 그녀는 워낙 철저한 관리로 유명하지만 세 아이의 엄마이며 5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더구나 그녀는 1년 전 변호사로 활동하던 남편을 암으로 잃은 후 공연들을 취소하고 오랫동안 상심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1년 만에 완벽한 모습으로 무대에 선 모습을 보니 과연 프로 중에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32세의 김우경은 홍혜경과 한 무대에서 듀엣으로 노래할 만큼 대단한 테너였다. 쉬지 않고 노력하는 가수로 알려진 그는 풍부한 성량과 유려하고 아름다우면서도 힘이 있는 목소리로 자신감 있고 안정적인 공연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은 2007년 1월 메트로폴리탄 무대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동시에 ‘라 트라비아타’의 남녀주인공 비올레타와 알프레도 역을 맡아 화제가 됐었고, 그 공연 후 2008년 10월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역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라 보엠’의 남녀주인공 미미와 로돌포 역으로 발탁됐을 만큼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공연은 홍씨의 남편 사별로 다른 소프라노가 대체했는데, 김우경은 로돌포 역에 대한 반응이 워낙 좋아 2009년에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와 2010년에는 ‘리골레토’의 만토바 공작으로 출연하는 등 로열오페라하우스의 단골 가수가 됐다.
이날 공연에서 홍혜경과 김우경은 세계적인 오페라 무대에서 호흡을 맞췄던 경험으로 1부에서는 ‘라보엠’의 ‘그대의 찬 손’(김우경), ‘내 이름은 미미’(홍혜경), ‘오 사랑스런 아가씨’(듀엣)를 부르고, 2부에서는 ‘라트라비아타’의 ‘불타는 마음’(김우경), ‘파리를 떠나서’와 ‘축배의 노래’(듀엣)를 선사했다. 그 외에도 여러 아리아를 노래했지만 역시 우리는 한국 사람들인지라 한국가곡을 부를 때 지극한 감동으로 전율을 느끼는 것이었다.
특히 김우경이 부른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로 시작되는 ‘얼굴’이 가슴 저미는 감동을 안겨주었다. 함께 갔던 친구는 “얼굴 한곡을 들은 것만으로도 오늘 여기 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사무치게 아름다웠다. 홍혜경은 앙코르 마지막 곡으로 1998년 백악관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 앞에서 불러 화제가 됐던 ‘그리운 금강산’을 노래했는데 이날 최고의 연주라고 해도 좋으리만치 화려하고 시원한 가창력을 선보여 열화 같은 갈채를 받았다. 이 두 사람을 언제 다시 한 무대에서 볼 수 있을지, 워낙 대단한 스타들이라 기약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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