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의료보험 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참석한 타운홀 미팅이 열린 뉴햄프셔주 포츠머스의 한 고등학교 근처에서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의보 개혁에 반대하는 윌리엄 코스트닉이라는 이름의 한 남성이 허벅지에 9mm 권총을 버젓이 찬 채 오바마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이 남성은 심지어 ‘자유의 나무는 애국자와 독재자의 피를 먹고 자란다’는 토머스 제퍼슨의 금언을 상기시키려는 듯 지금은 자유의 나무에 물을 줄 때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까지 들고 있었다.
경찰은 그러나 코스트닉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뉴햄프셔주 법률에 따르면, 총기를 숨기지 않고 소지하고 있으면 불법이 아닌데다가 그가 서 있던 교회 마당이 사유 재산이라서 그를 제재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집회에 총기까지 등장할 정도로 의보 개혁을 둘러싼 미국의 타운홀 미팅이 최근 과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12일 보도했다.
의보 개혁 논란이 이미 다른 지역에서 폭력 사태를 불러온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하는 집회에 총기를 소지한 사람이 방치되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언론인 출신 작가 로널드 케슬러가 최근 저서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하루 평균 30건의 암살 위협을 받는다고 밝힌 가운데 최근에는 의회 의원들도 암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12일에는 민주당 소속 흑인 하원 의원인 데이비드 스콧의 사무실 표지판에 누군가가 독일 나치당의 상징인 갈고리 십자가를 커다랗게 그려놓아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착수했다.
워싱턴포스트(WP) 웹사이트에 실린 한 논평은 누군가 살해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만일 그것이 오바마라면 이 나라는 폭력으로 폭발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부추기듯 의보 개혁을 둘러싸고 미국 정치권에서 오가는 말들도 과격하고 감정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공화당 정치인들은 의보 개혁을 비판하기 위해 영국의 국가 의료 시스템인 국립의료원(NHS)까지 거론하며 인간 생명의 가치에 재정적 상한을 설정하고 노인이 치료받지 못하고 숨지도록 방치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사악한’ 혹은 ‘오웰리언’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이들은 또 의보 개혁을 ‘오바마케어(Obamacare)’라고 칭하며 이는 의료 부문에 사회주의를 도입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포츠머스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의보 개혁에 대해 ‘겁을 주려 하거나 여론을 호도하는’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남편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추진한 의보 개혁이 클린턴 정부 최악의 실패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것처럼 오바마의 개혁도 비슷한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고 데일리 메일은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