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재혼커플 중 많지만 ‘쉬쉬’문제 키워
영주권 볼모땐 더 힘들어, 주변 도움요청을
한인노인들의 가정폭력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시민권자와 결혼한 배우자의 경우 영주권을 볼모로 심한 학대와 구타, 언어폭력의 희생양이 되어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인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황혼에 만난 남편(87)과 재혼 후 끔찍한 폭력에 시달려온 최연정(가명·77)씨 역시 피해자였다. 최씨는 13일 인터뷰에서 자신의 힘들었던 결혼생활을 공개하며 한인 사회에 만연해 있는 노인들의 가정폭력 실태를 고발했다.
최씨는 “남편과 이혼한지 2년이 됐지만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내 사연이 소개됨으로써 나와 같은 처지에서 억압받고 가정에서 구타를 당하는 할머니들이 생지옥을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아픈 과거를 털어놓았다.
여행비자 신분으로 도미한 최씨는 2005년 노후를 함께 할 동반자를 소개받고 재혼해 노인 아파트에서 부부생활을 시작했다. 최씨는 “남편은 귀가 어두워 평소 말이 없었다. 주변에서는 인사성 밝은 착한 사람이었다”며 “하지만 밤만 되면 무리한 부부관계를 강요하는 등 노예 다루듯 했다”고 말했다.
남편은 웰페어와 최씨의 용돈을 빼앗아 발기부전 치료제 구입에 모두 사용할 정도로 성에 집착했고, 입만 열면 욕설을 퍼붓고 의처증 증세까지 보였다. 최씨는 남편의 행동을 주위에 알려 도움을 청했지만 오히려 “남편을 욕하는 못된 여자”라는 말만 되돌아왔다. 특히 시민권자인 남편을 통해 영주권 수속을 밟던 상황이라 주위에서는 “신분 해결을 위해 무조건 참아라”고 조언했다. 폭력은 갈수록 심해져 팔을 꺾고 머리채를 잡는가 하면 목까지 조르며 “나 때문에 영주권을 받을 테니까 참고 살라”고 위협했다. 최씨는 “지난 2007년 7월 목이 졸려 실신한 뒤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911에 연락해 도움을 청했고 경찰이 출동해 남편을 연행해 갔다”고 말했다.
법원은 남편에게 접근 금지령을 내렸고, 결국 이혼했다. 하지만 지금도 최씨는 심한 두통과 고혈압, 심리적 불안감으로 심장병까지 생겨 2차례 심장수술을 받았다.
최씨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전혀 몰랐다. 주위에서 여자는 참아야한다고 조언했지 누구 하나 도우려하지 않았다”며 “만약 당신의 어머니 혹은 딸들이 매일 남편의 학대와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며 가정폭력의 근절을 호소했다.
<김진호 기자>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최연정(가명·오른쪽)씨가 13일 한인연장자센터에서 캐서린 박 상담가에게 자신의 아픈 과거를 털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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