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광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통일운동과 민주화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대한민국 현대사의 거목이었다.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으로 그가 헤쳐나간 반세기 정치역정에는 한국 현대사의 질곡이 오롯이 투영돼 있다.
민주화와 민족통일을 향한 의지는 투옥과 연금, 망명의 고통을 딛고 마침내 인동초처럼 피어올라 헌정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와 해방 후 첫 남북정상회담이란 열매를 맺었다.
그러나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그가 놓지 못했던 남북화해라는 화두는 미완의 유업으로 남았다.
▲ 섬소년에서 정치인의 길로
김 전 대통령은 목포 앞바다에 솟아있는 섬, 하의도에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교육열이 남달랐던 어머니가 전답을 팔아 뒷바라지해 준 덕분으로 목포로 유학, 목포상고(현 전남제일고)에 수석 합격했다.
그는 해방공간에서 몽양 여운형 선생이 좌우익을 망라해 구성한 건국준비위원회에 참여했다 좌익계열이 주도권을 잡자 환멸을 느껴 탈퇴했다. 그러나 건준에 몸을 담은 이력은 그를 평생 `색깔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한 멍에였다.
54년 실시된 제3대 민의원 선거 때 목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쓴 잔을 마신 그는 56년 장 면 박사가 이끌던 민주당에 입당, 본격적인 정치의 길로 들어섰다.
▲40대 기수론에서 6월 항쟁까지
71년 첫 대선 도전에서 97년 4수 끝에 최고 통치권자에 오르기까지 36년간의 대권 도전사는 좌절과 재기의 반복이었다.
70년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철승 의원의 막판 지원으로 YS를 누르고 이듬해 대선에 나섰으나 박정희 대통령에게 95만표차로 석패했다.
유신이 선포된 72년부터 87년 6.29 선언까지 17년의 시간은 납치와 망명, 투옥, 연금으로 점철된 암울했던 시기였다. 73년 일본 도쿄에서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납치돼 수장당할 뻔했으나 미 정보기관의 도움으로 살아났고, 74년에는 명동성당에서 `3.1 민주 구국선언’을 주도했다가 3년간 복역한 뒤 가택연금을 당했다.
79년 10.26 사태로 복권, 정치일선에 컴백했지만 80년 `서울의 봄’을 맞아 다시 민주화의 꽃을 피우려던 그의 꿈은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무산됐고,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돼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는 이후 군사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사형에서 무기, 무기에서 20년형으로 감형돼 죽음의 그림자에서 또 한 번 벗어났지만 82년말 미국으로 쓸쓸한 망명길에 올라야 했다.
▲ DJ정부 출범… 불운했던 말년
국민의 정부 5년은 순탄하지 않았다. 대선 승리의 감격을 누릴 여유도 없이 당선 다음날부터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김대중 정부는 5년 동안 외환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하고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분단의 벽을 허물어 남북화해와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집권세력 내부의 갈등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견제,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측근 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YS처럼 조기 레임덕에 빠지는 고통을 맛봐야 했다.
특히 대통령의 아들들과 `2인자’로 불렸던 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비리사건에 연루돼 구속되는 등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혔다.
98년 2월 25일 여의도 국회 의사당에서 열린 제15대 대통령 취임식 당시의 김 전 대통령. <연합>
81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육군형무소에서 형이 확정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형수 신분으로 청주교도소 수감 중 독서하는 모습. <연합>
2000년 12월 18일 노르웨이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있는 김 전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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