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은 예정보다 10분 정도 빠른 23일 오후 4시50분 동작동 국립 서울현충원에 도착했다.
정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선 운구행렬은 전직 대통령들이 묻힌 국가유공자 제1묘역에 조성된 김 전 대통령의 묘역 입구에서 멈췄다.
오후 5시4분 태극기로 덮인 김 전 대통령의 향나무 관은 장중한 조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11명의 3군 의장대에 의해 영구차에서 내려져 묘역으로 옮겨졌다.
유족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 동교동계 인사들, 국민의 정부 인사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묘역에 이르는 숲길을 걸어가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따랐다.
부축을 받은 이희호 여사는 고개를 숙인 채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흐느꼈다.
264㎡ 규모의 김 전 대통령 묘역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소로부터 100m,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로부터 350m가량 떨어진 곳이다.
운구행렬이 안장식장으로 들어서자 미리 와 있던 참석자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일부는 김 전 대통령의 관이 앞을 지나갈 때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했다.
김 전 대통령의 관이 안장식장에 마련된 간이 제단 뒤편에 놓이자 5시14분 곧바로 묵념과 종교의식을 시작으로 안장식이 거행됐다.
천주교의 함세웅 신부, 불교에서는 조계사 주지인 세민 스님, 기독교에서는 이해동 목사, 원불교에서는 이선종 원불교 서울교구장이 각 종교를 대표해 차례로 10여분씩 종교의식을 집전,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참석자들은 이어 헌화.분향을 하며 고인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넸다.
흰 국화꽃을 제단에 바치며 제일 먼저 헌화, 분향한 이 여사는 잠시 두 손을 깍지끼고 기도했으나, 끝나고 뒤돌아서면서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이내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아들 홍일.홍업.홍걸씨를 비롯한 유가족, 문희상 국회 부의장과 이달곤 행안장관 등 장의위원회 관계자, 민주당 의원들, 국민의 정부 각료들, 동교동계 인사,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들도 차례로 20여분간 헌화.분향했다.
김 전 대통령의 관은 이어 하관을 위해 계단을 올라 묘역으로 옮겨졌다. 유족들은 흰 카네이션을 들고 뒤를 따랐다.
하관식에 입회한 유족 등 30여명의 참석자 중 일부는 태극기가 벗겨진 고인의 관이 검은색 십자가가 그려진 흰 천으로 덮인 가운데 지석 위에 내려지고, 목판으로 덮이는 과정을 지켜보며 또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지석에는 다섯 번의 죽을 고비 등 정치역정과 대통령 취임, 6.15 남북정상회담 , 노벨평화상 수상 등 업적과 퇴임 후 활동, 저서 등이 담겼다.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국장이 엄수됐다는 점과 세 아들을 비롯한 자손들의 이름도 기록됐다.
하관 후 6시27분부터 허토 의식이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관 위에 꽃을 던지고 삽으로 떠서 흙을 뿌렸다.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가져온 흙이었다.
홍걸씨는 참아온 울음을 터뜨리며 흐느꼈고, 김옥두 전 의원은 오열했으며, 김성재 김대중도서관장도 울면서 편히 쉬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3군 의장대의 조총 발사, 참석자들의 묵념을 끝으로 안장식은 6시56분 종료되면서 김 전 대통령의 국장 절차가 마무리됐다.
이날 시민 700여명은 식장 바깥쪽에서 이러한 과정을 지켜봤으며, 안장식 후 이 여사가 걸어나오자 힘내세요, 건강하세요, 민주주의 만세라고 외치며 격려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김범현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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