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 잔디마당에서 각계 인사와 시민들의 애도 속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영결식이 엄수된 순간 태평양 건너 미국 시카고 한인들도 자정이 넘은 시각에 한인회관에 모여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시카고 지역 한인 단체장 등 30여명은 서울에서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엄수된 22일 자정(이하 현지시간)부터 한인회관에 모여 대형 TV를 통해 위성으로 중계되는 영결식 실황을 지켜봤으며 일부 한인들은 김 전 대통령의 운구차량이 식장을 떠나는 모습에 눈물을 훔쳤다.
한인회관에 자리를 함께한 시카고 한인들은 영결식이 시작되기 전인 밤 11시 30분부터 약 30분간 네이퍼빌 한인연합감리교회 박관우 목사의 영결 메시지와 기도 등이 포함된 자체 추모행사를 통해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고인의 업적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과 40년이 넘는 오랜 인연을 간직해 왔다는 김종웅(68)씨는 한국에 살고 있는 둘째 딸로부터 전화로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한 많은 세상을 살고 가시는구나 싶어 눈물이 솟았다 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시카고 방문 때마다 운전을 포함한 온갖 준비를 도맡아 했고 망명기간 재정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던 김씨는 처음 시카고에 오셨을 때 애들러 천문대에서 시카고 도심을 바라보시며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구나’라고 감탄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면서 고인께서는 시카고를 네 차례 방문하셨는데 1983년 6월 시카고에서의 첫 강연 때는 무려 3천명의 한인이 모였다. 그분은 한인들에게 동포사회의 민주화와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잊지 말라는 점을 강조하셨다며 고인을 회고했다.
장기남 시카고 한인회장은 이곳 시카고는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간이지만 우리 민족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존경받았던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시카고 한인 동포들도 멀리서나마 배웅을 하고 싶어 이 같은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 실황이 시카고 지역의 한인 TV를 통해 중계된 만큼 오늘 이 자리에 나오지 못한 많은 한인이 집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8일부터 한인회관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고인을 애도하는 시카고 한인 수백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카고=연합뉴스)
이경원 통신원
kwchrislee@yna.co.kr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