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바닥 밑에 흙이 있는 줄 몰랐어요. 콘크리트를 덜어내고 흙을 파서 나무를 심는 일….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느껴본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진 림 부행장)
“퇴근 후 저녁이나 주말에 봉사활동 나오는게 쉽지는 않지만 일단 직접 거리청소 한번 해보면 생각이 달라져요. 보람도 크고, 어떻게 하면 한인타운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죠.”(라이언 양 부장)
“처음 봉사활동 행사를 준비할 땐 ‘잘 될까’ 확신이 서지 않지만, 직원들의 참여도 높고 행사도 잘 치러지면, 뿌듯함은 배가 됩니다.”(이효나 기업 마케팅 오피서)
얻은 것이 더 많다. 내가 가진 시간과 조금의 노력으로 ‘봉사’ 한 번 했을 뿐인데 마음 속은 뿌듯함과 기대, 자랑스러움과 희망…, 좋은 것들로 가득 찼다. 그래서 이들은 오늘도 고민한다. 더욱 살기 좋은 한인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들은 스스로를 ‘한미 네이버’(Hanmi Neighbor)라고 부른다.
지난 해 창단된 한미은행의 사내 봉사단체 ‘한미 네이버’ 회원들이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밝게 웃고 있다. <박상혁 기자>
■ 우리는 ‘한미 네이버’
한인사회의 대표적인 은행인 ‘한미은행’에는 특별한 모임이 있다. 직원들로 구성된 자발적인 자원봉사단체 ‘한미 네이버’가 바로 그 주인공.
지난 2007년 만들어진 ‘한미 네이버’는 한미은행이 퍼시픽 유니온 뱅크(PUB)를 인수하기 전 사내에 있었던 ‘한미 앤젤스’로부터 명맥을 이어받았다. PUB 인수 이후 활동이 부진해 졌지만 은행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고자 기부활동 등으로 커뮤니티 환원사업을 이어왔다. 사회봉사 및 환원사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이 생겨났고 ‘한미 네이버’가 창단되기에 이르렀다.
행동하는 힘은 역시 ‘젊은 피’에서 나온다. 회사내 2030세대들이 중심이 되어 머리를 맞댔다. 수 많은 이름들 중에서 의미있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 중에서 ‘이웃’이라는 뜻의 영어단어 ‘네이버’를 선탰했다. 단어에서 느껴지는 느낌도 따뜻했다.
로고와 슬로건이 빠질 수 없다. 친환경을 추구하자는 의미에서 전체적인 느낌은 초록색으로 정했다. 나무와 집을 그려 넣었다. 한인사회에 희망과 소망을 심어주고 싶다는 마음까지 그 곳에 담았다.
■ 사랑을 나누며
첫 번째 사업은 ‘푸른 커뮤니티 만들기’. 지난 2008년 4월 대대적인 창단식을 갖고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매번 100여명의 한미은행 직원들, 즉 ‘한미 네이버’들이 참여해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한인타운 곳곳에 나무를 심었다.
지난 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준비한 ‘사랑의 캔푸드 모으기 운동’에는 직원과 고객들까지 동참, 27개 지점에서 4,000여개의 캔푸드가 모아졌다. ‘사랑의 마음’들은 LA와 오렌지카운티 푸드뱅크를 통해 저소득층 가정으로 전달됐다.
올해 초에도 굵직한 행사들이 호응과 참여 속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유명 햄버거 체인인 ‘인앤아웃’(In-N-out), 그리고 적십자사와 손을 잡고 펼친 ‘사랑의 헌혈행사’는 ‘흥행 대성공’. 윌셔에 있는 한미은행 본사 주차장에 ‘인 앤 아웃’ 트럭을 초청해 햄버거를 판매하고 헌혈에 참가한 사람에게는 무료로 햄버거를 나눠줬다. 헌혈에만 50여명이 참가했고, 170여개의 햄버거는 2시간도 되기 전에 동이 났다. 수익금 1,200달러는 고스란히 적십자사에 전달했다.
설날에는 직원들이 한복을 입고 200여명의 한인 노인들에게 무료 떡국을 대접하는 행사를 가졌다. 따뜻한 떡국 한 그릇을 받아들고 입가에 환한 웃음꽃을 피우는 한인 노인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는 ‘한미 네이버’들. 돈으로도 살 수 없다는 행복은 바로 그 곳에서 만났다.
최근에는 ‘한 권의 희망 나누기 운동’도 펼쳤다. 본점을 비롯한 각 지점에서 모은 한국어, 영어 도서를 1,000여권을 편부모 가정과 한인타운 ‘피오피코 코리아타운 도서관’에 기증했다.
브라이언 황 마케팅 부장은 “헌혈행사에 참여도가 그렇게 높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비가 오고 날씨도 흐렸는데,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감동했다”면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며 우리도 많이 배운다. 시행착오 속에서 더욱 재미있게 봉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희망을 만나다
‘한미 네이버’로 활동한 뒤 라이언 양 부장에게는 하나의 버릇이 생겼다.
올림픽이나 하버드, 웨스턴 길을 지날 땐 도로 양쪽을 둘러보는 것. ‘푸른 커뮤니티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시한 나무심기 행사에 참가해 땅을 파고 작은 묘목을 손수 옮겨 심었다.
길을 지날 때 마다 ‘내 나무’가 잘 크고 있는지 눈길이 간다. 시든 모습이 보이면 ‘물을 잘 안주나. 나라도 가서 줘야 하나’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한인타운이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다.
비단 양 부장만의 생각은 아니다. ‘한미 네이버’ 일원으로 봉사활동에 한 번이라도 참석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비슷한 마음을 느낀다고.
제니 박 광고 PR 부장은 “나무심기, 거리청소 등은 힘이 드는 봉사활동이지만 땀을 흘리며 보람을 느낀 사람들은 다음 번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회사의 후원과 지원으로 한미 네이버 활동이 가능했으며, 직원들에게도 함께 봉사하고 도우며 친목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덧붙였다.
한미 네이버 활동을 총괄하는 진 림 부행장은 “한인사회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 중 하나로 사회 환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중요한 부분”이고 강조하며 “지점이 많다보니 직원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만나 인사할 수 있고, 때론 가족이나 친구들도 함께 참여하는데 보기 좋다. 무엇보다 하다보면 재미있다”며 웃었다.
한미 네이버. 이 다섯 글자의 이름을 통해 이들이 희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미 네이버’가 하나의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단다. 한인사회에 희망과 소망을 전하는 따뜻한 이름, 더 나은 한인사회를 만들어 가는 대표 단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은 “한미은행에 있는 봉사단체 한미 네이버입니다”라고 소개해야 하는데 언젠가는 “한미 네이버 입니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아, 한미은행에서 좋은 일 하는 단체”라고 답하는 말을 듣고 싶단다.
그 날을 위해 ‘한미 네이버’는 오늘도 머리를 맞대고 ‘재미있고 의미있는 봉사활동’ ‘한인사회에 희망을 주는 봉사활동’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다.
<김동희 기자>
‘한미 네이버’ 회원들이 한인사회 희망을 줄 수 있는 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 은행 본사 컨퍼런스룸에서 27일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다.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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