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½(5개 만점)
한 가족의 하루 심각한 코미디로 그려
‘마보로시’와 ‘삶의 이후’ 등에서 죽음에 관한 얘기를 부드럽고도 심오하게 얘기한 일본의 히로카주 코레-에다가 극본을 쓰고 감독한 인생과 가족에 관한 아름답고 따스하고 또 달콤쌉싸름한 심각한 코미디 드라마다. 온 가족이 모여 밥을 먹으면서 일상과 삶의 잡다한 일들을 얘기하는 것이 오주의 영화를 연상케 하나 오주의 인물들이 체념적인데 비해 코레-에다의 인물들은 보다 활기차고 또 독립적이다.
약간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한 가족의 어느 여름 하루의 얘기로 이들을 통해 가족의 중요성과 삶의 필연적인 진전 그리고 죽음을 우습고 진지하고 또 감상적이요 정감 가득하게 그린 가족 앨범이다. 감독은 사랑과 원망과 비밀 등으로 연결된 반목하면서도 결국은 하나로 뭉치는 가족의 얘기를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고 담담하게 그렸는데 상냥한 유머와 가슴 아린 슬픔의 균형이 완벽한 보석과도 같은 영화다.
바닷가에 사는 은퇴한 노의사 쿄헤이 요코야마(요시오 하라다)와 그의 아내 토시코(키린 키키)가 사는 집에 40세난 아들로 미술품 복원가인 료타(히로시 아베)가 새로 결혼한 미망인인 아내 유카리(유이 나추카와)와 유카리의 10세난 아들(쇼헤이 타나카)을 데리고 온다. 집에는 지나치게 쾌활한 료타의 누나 치나미(유)가 자동차 세일즈맨인 남편 노부오(카주야 타카하시)와 그들의 장난이 심한 두 아이와 함께 먼저 와 있다.
이들은 1년에 한 번씩 지난 15년 전에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해 주다 죽은 장남 준페이의 제사를 치르기 위해 모인다. 그런데 료타는 무뚝뚝한 아버지가 늘 자기를 집안의 희망이었던 죽은 형과 비교하면서 인생 낙오자로 보는 것 때문에 아버지 대하기를 꺼려한다. 한편 유카리는 나름대로 시부모의 눈에 들려고 애를 쓴다.
이 집안은 가족들의 관계가 결코 화기애애하다고 할 수 없는데 그 관계가 부서졌다기보다는 그저 다소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이 밥상에 앉아 나누는 온갖 추억과 작은 말다툼과 잡다한 얘기들이 아주 생명감 있고 사실적이며 또 기쁨과 상심을 고루 갖춰 남의 가족 얘기를 보고 듣는 것 같지가 않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여럿 있는데 온순한 것 같으면서도 매우 냉소적인 말을 내뱉을 줄도 아는 토시코가 옛날에 데이트할 때 좋아하던 노래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의 음반을 틀어놓고 추억에 잠기는 장면이 참 아름답다. 그리고 매년 제사 때마다 초대를 받고 찾아오는 준페이가 구해준 뚱보 청년의 불편해 하는 모습이 우습다.
여자들은 음식을 준비하고 아이들은 뛰어놀고 마침내 모두가 밥상에 앉아 개인 대 개인 또 집단으로 떠들고 얘기를 하면서 날이 저물자 치나미네는 차를 타고 먼저 떠나고 료타는 하루 더 머물기로 한다.
마지막이 쓸쓸하지만 이 영화의 보기 좋은 점은 궁극적으로 삶의 변화와 무상과 죽음까지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촬영과 연기와 내용이 모두 뛰어난 영화인데 특히 간결한 기타 음악이 매우 인상적이다. 감독이 자기 부모를 잃고 아쉽고 그리운 마음에서 만든 영화라고 한다. 10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료타(오른쪽)와 아내와 아들 그리고 어머니가 산책 후 귀가하고 있다.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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