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참에 딸아이와 함께 학용품을 사러 나갔다가 소낙비를 흠뻑 맞았습니다. 저녁하늘에 먹구름이 가득 낀 게 한바탕 소낙비가 쏟아질 태세였습니다. 얼른 장을 보고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마켓에 들어가 장을 보는데 벌써 천둥번개가 쳐대며 장대비가 쏟아지는 것입니다. 지붕을 두들겨대는 장대비소리는 시원스럽기만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얼마나 비가 많이 내리는지 주차장까지 걸어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잠시 기다리면 되려니 하고 기다리는데 마켓 문 닫을 시간이 다 된 것입니다. 사람들이 문 앞에 모여 비를 피하고 있고 억수처럼 쏟아지는 비는 주차장가는 길을 막고 서있습니다. 어차피 집에 가야 하는데 한 두 시간을 기다릴 수는 없고 하여 필자가 차를 향해 빗속을 달려나갔습니다. 이어서 다른 사람들도 각각 자기 차를 향해 비를 맞으며 따라 나섰습니다. 차에 들어가니 필자의 몰골이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습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옷이 모두 젖었습니다. 차를 몰아 문 앞에 서 있는 딸아이와 산 물건을 싣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몸이 추워지길래 집에와서 더운물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데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우산도 없이 비를 흠뻑 맞아본 일이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를 타고 다니는 생활이 벌써 오래 익숙해져서 비를 맞고 걸을 일이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옷이 다 젖을 만큼 흠뻑 비를 맞을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날 모처럼 오랜만에 비를 흠뻑 맞아본 것입니다. 어릴 때 비 맞고 걸었던 생각이 났습니다. 그때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걸으면 처량하다고 했습니다. 주로 실연당한 사람이나 직장 떨어진 사람들이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걷는 일이 많아서 그런 말이 붙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기분이 몹시 우울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비가 와도 우산 없이 그냥 다 맞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옷이 다 젖고 신발에 물이 차면 마음의 짐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때로는 자신이 슬픈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분위기에 휩싸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비 오는 날엔 우산만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 있는 찻집과 커피집도 잘된다고 합니다.
비는 이렇게 꽃과 나무의 갈증을 해소해주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마음도 시인처럼 만들어 주지요. 뜨겁게 달궈진 인생이 시원한 소낙비 한번 맞고 나면 열기가 식고 차분해지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주님의 은혜를 단비로 표현한 이들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생소했는데 세월이 갈수록 왜 그들이 은혜를 소낙비나 폭우처럼 생각했는지 수긍이 갑니다. 뜨겁게 달궈진 삶이 그 분의 은혜를 입으면 금새 시원해지고 차분해졌기 때문일 겁니다. 대지에 내리는 비와 영혼을 위로하는 은혜가 그런 면에서 정말 닮았습니다. 다니엘 웹스터 휫틀이란 이가 쓴 시입니다. “빈들에 마른 풀같이 시들은 나의 영혼 주님의 허락한 성령 간절히 기다리네 가물어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리시듯 성령의 단비를 부어 새 생명 주옵소서”
호세아가 외칩니다. “ 우리가 여호와를 알자 힘써 여호와를 알자 그의 나오심은 새벽빛같이 일정하니 비와 같이 땅을 적시는 늦은 비와 같이 우리에게 임하시리라”(호6:3) 그분의 은혜를 갈망하여 가뭄 끝에 오는 늦은 비와 같이 영혼의 시원함을 얻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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