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꾸는 꿈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꾼다. 밤에 꿈을 꾸는 자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그 꿈이 허망하다는 것을 깨닫지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낮에 꿈을 꾸는 자는 무서운 사람이다. 모든 노력을 동원하여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때문이다”라고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별명이 붙은 영국의 탐험가이자 군사 전략가 토머스 로렌스는 단언했다.
60년 전, 극작가 아서 밀러는 ‘세일즈맨의 죽음’을 통해 밤에 꿈을 꾸는 자의 종말을 그렸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성공의 가치가 돈ㆍ인기ㆍ지위로 결정되는 아메리칸 드림을 좇는 세일즈맨 윌리 로먼은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성공해 자신의 사업체를 가지고 전국무대를 누비리라는 신념을 갖고 두 아들에게도 물질적 성공을 강요한다. 그러나 윌리와 두 아들이 꾼 꿈은 자신감은 넘쳤지만 무엇을 언제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비현실적이고 막연한 꿈, 즉 자고 나면 사라지는 꿈이었다.
허망한 꿈의 주원료는 거품이다. 윌리의 커미션이 사라지고, 빌린 돈으로 가족이 연명하고, 아들 비프는 감옥에 드나들며 떠돌이 생활을 하는 와중에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했나. 아들 비프와 해피가 폴로 경기팀을 형성하고, 전국을 휩쓸며 운동기구를 판매하는 꿈을 펼쳤을 때 윌리는 그것을 백만불짜리 아이디어라고 부추겼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팀ㆍ재정ㆍ사회계획안이 전혀 없었다. 결국 치열한 경쟁 속에 현실적이고 용의주도한 생존논리를 가진 자만이 살아남는 사회에서 그들의 꿈은 거품으로 끝난다. 아들 둘에게 걸었던 희망이 절망으로 변질되고, 자신이 헛된 꿈을 꾸었다는 것을 깨달은 윌리는 한밤중에 자동차를 몰고 나가 자살을 택한다. 그의 죽음으로 지급된 보험금은 집 융자의 마지막 페이먼트를 낼 정도의 액수였다.
세일즈맨 윌리의 이야기는 경기불황으로 실직과 자살 소식이 끊이지 않고, 치열한 대학진학 경쟁에서 빚어지는 부모와 자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의 이야기다. 피아노 레슨 몇 년 받는다고 모차르트가 되거나, 미술 포트폴리오가 몇 개 있다고 피카소가 되는 것도 아니고, 학교성적이 4.0이라고 해서 경쟁력 있는 대학이 받아주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막연하게 “나는 (우리 아이는) 명문 ABC 대학에 갈 수 있다, 장래에 크게 될 것”이라며 꿈과 현실의 차이를 파악하지 못하는 학생과 부모가 적지 않다. 허황된 자부심으로 현실감각을 상실한 윌리처럼 말이다.
소원하는 대학에 자녀가 진학하는 것은 아메리칸 드림중 하나다. 쌓였던 피로를 씻어주는 청량제, 어깨를 으쓱하게 하는 어깨뽕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손자병법과 제갈공명의 작전이 동원돼도 치열한 입시전쟁에서 대부분은 윌리 식구들처럼 밤에 꾸는 꿈을 꾸고 있다. 윌리 식구들 중 부인 린다만이 유일하게 현실적 사람이다. 남편 윌리가 어느 날 1,200달러어치를 판매했다고 부풀려 자랑했을 때 린다는 종이와 연필을 꺼내 남편의 커미션을 계산했다.
대학진학 준비에도 누군가 린다 역할을 해야 한다. 명문대에 가보겠다고 포부를 펼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지를 따져보는 사람, 지원자의 개성과 적성에 근거하여 사회의 유혹과 화려한 이미지에 빠져들지 않는 냉철한 현실을 바라보는, 즉 낮에 눈을 뜨고 꿈을 꾸는 사람이 필요하다. 아니면 자녀를 향한 부모의 맹목적인 소원과 자녀의 대책없는 자부심은 한여름 107도 뙤약볕에 놓인 아이스케이크 위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보려는 노력으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