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줄이고 카드 안써 소비회복 먼길
실업자 1500만 고통…실질 실업률 16%
고실업, 저성장, 저소비 뉴노멀시대 예고
1년전인 지난해 9월14일 158년 역사를 지닌 월스트리트의 금융공룡중 하나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세계경제를 대공황으로 몰아넣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세계경제는 주식같은 자산시장이 회복되고 각종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업 증가 등으로 일반인이 체감하는 경기는 아직 냉기가 가득하다. 금융위기 1년동안 미국과 세계경제의 변화상을 통해 앞으로의 경제흐름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세계 최강국민으로 자부심을 가져오던 미국인들은 금융위기 1년동안 가장 피폐한 생활을 보냈다. 요즘 각종 경제지표들이 희망적인 신호를 보내고 주식·부동산도 다시 오르고 있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고 하지만, 늘 그렇듯 일반 시민들의 삶은 통계수치보다 한참 늦다. 최근 CNN의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87%가 ‘미국경제가 침체상태에 있다’고 답했다. CNN 여론조사국장인 키팅 홀란드는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가 끝났다고 하지만, 미국 국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모기지를 못내 집을 빼앗기는 경우가 아직도 미전역에서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다.
최근 모기지은행협회 발표를 보면, 올들어 6월까지 주택담보 대출자의 4%가 주택 압류를 당했고, 9%는 한번 이상 원리금을 연체했다. 집값 거품이 심했던 플로리다에서는 대출자의 12%가 주택 압류를 당했다. 최근 주택판매 통계가 4개월째 증가세인 이유중 하나가 싼값에 나온 압류주택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인들은 이보다 ‘실업의 공포’가 더 두렵다. 8월 실업자 수는 약 1500만명으로 공식실업률은 9.7%. 직장 구하기를 포기해버린 ‘실망 실업자’와 단기 일용노동자 등을 합하면 미국의 실질실업률은 16%에 이른다. 미국인 6명 가운데 1명꼴로 실업의 고통의 겪고 있는 셈이다.
2007년 12월부터 미국의 경기침체가 시작된 뒤 67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내년 초에는 공식실업률이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3%가 직장을 잃을까 봐 걱정하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2일 “실업률이 받아들일수 없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서 “수년간 이런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소비가 활발히 살아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검소해지고 있다. 우선 신용카드를 안쓴다. 7월 소비자신용(2조4721억달러)은 올해 2월 이후 여섯달 연속 줄었다. 6개월 연속 소비자 신용이 감소한 것은 1991년 이후 18년만에 처음이다. 덕분에 월마트와 맥도날드 매출이 늘고, 직장에 도시락을 싸가는 사람이 늘고, 트럭에 차려놓은 길거리 음식점 매출이 늘고, 이발도 집에서 하느라 이발도구 매출도 늘고 있다. 여론조사회사인 ‘알릭스파트너스’는 미국인들이 경기회복 이후에도 소비는 이전의 86%선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회복 신호가 계속 나온 지난달 갤럽조사에도 미국인 10명중 7명이 생활비를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리먼사태 이전 마이너스였던 저축률은 4%를 넘어섰다. 경제위기는 미국인들의 지갑을 닫아버리고, 절제된 소비와 저축을 미덕으로 만들고 있다.
경제위기가 수습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최근 부양책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경제가 3분기에 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경제의 회복세는 민간소비보다 대규모 재정투입의 결과라 할수 있다. 민간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다. 민간부문이 살아나야 경제회복에 탄력이 붙는다. 최근 경제지표들이 예상치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에 대해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정부 부양책으로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지만 미국경제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회복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도 경제 패턴과 질서가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라고 관측한다. ‘뉴 노멀(New Normal)’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 노멀의 주요 특징으로는 △저성장 · 고실업 △합리적 소비와 저축 확대 △큰 정부 △입김 세지는 신흥국 등을 들 수 있다.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의 개막이다. 세계 최대 채권회사인 핌코의 빌 그로스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지난 25년간에 비해 절반의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도 경제가 살아나도 실업률이 5%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기대는 몽상이라며 고실업 저성장 시대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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