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야 할 대학
세계 선진국 가운데 대학 졸업률이 미국보다 낮은 나라는 이탈리아뿐이다.
최근 68개 주립대학의 20만명 학생의 졸업경향을 조사해 ‘주립대학 졸업’을 저술한 윌리엄 보웬 (전 프린스턴 학장)과 마이클 맥퍼슨 (전 매칼리스터 학장)은 “주립대학은 중도 하차장으로 변하고 있다. 대부분 주립대에서는 6년내 졸업하는 학생이 절반도 못되고 30%가 안되는 곳도 수두룩하다. 이것은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낭비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와 국회는 낮은 졸업률을 경제적인 이유로 해석하고 저소득층 학생을 위해 재정보조를 늘리고, 연방 재정보조 양식에 대학의 졸업률을 명시하는 교육법을 구상하고 있다.
새 법안이 문제를 어느 정도까지는 해결할 수 있어도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대학과 학생 자신이 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등록한 학생수에 따라 주정부에서 배당하는 예산을 좀더 타내기 위해 주립대학은 애초부터 자격없는 학생을 무차별로 받아들여 콩나물 강의실을 만들고 있다.
주립대학에 재학중인 3만명 학생을 대상으로 중도 하차에 대해 조사한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대의 안드리아 예거 교수에 따르면 100명 이상 듣는 콩나물 강의실에서 시간강사에게 배우는 학생들이 도중하차할 확률이 가장 높다.
이유는 교수와의 교류가 없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보따리 장수’로 2~3개 대학을 돌아다녀야 하기에 강의를 마치고 분주히 다른 대학으로 이동하는 임시직 교수와 무슨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학생은 어떤가. “파티에 참석해 파티가 한창 무르익는 저녁 11시에 떠날 수는 없다”는 태도다. 즉, 사회에 나가면 고생 줄이 기다리니 캠퍼스에 오랫동안 남아서 더 즐기고 싶은 것이다. 그들에게 4~5년 내에 졸업하는 것은 파티중간에 나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웬과 맥퍼슨이 지적했듯 대학 지원자의 하향조정도 문제다. 저자들에 의하면 SAT에서 2,000점 이상 좋은 성적을 낸 저소득층 학생들의 과반수는 하향지원을 한다. 4년 내 졸업률이 82%인 존스 홉킨스에 합격했지만 “싸고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졸업률이 48%인 워싱턴대학(UW)에 진학하는 학생이 좋은 예다.
아무리 성적이 좋은 학생이라도 졸업률이 낮은 대학에 진학하면 중도에 포기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학생의 도전정신, 동기유발이 환경에 의해 좌우된다는 뜻이다.
주립대학은 미국의 의료보험제도와 같다. 세계적으로 의료기술은 좋다고 하지만, 막상 피보험자의 절실한 필요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처럼, 주립대학도 유명 교수들의 연구업적과 대학원 과정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학부학생 개개인의 필요에는 눈길을 주지 못한다.
클린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할 때 입학하여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날 때까지 학교에 남아있어도 주립대학은 학생이 졸업을 하든지 말든지 상관치 않고 각자가 알아서 하라는 자세다.
이에 비해 처음부터 대학수업을 해낼 준비가 되어있는 학생을 선발하여, 체계적인 상담과 소규모 토론식 수업을 통한 교수의 지도, 기숙사에서의 친밀한 교류를 통해 “4년 안에 졸업하고 프로페셔널 스쿨에 진학하라”고 격려하는 소규모 사립대는 주립대학의 졸업률, 그리고 대학원 진학률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다.
주립대학은 학부를 포기하고 대학원과 교수의 연구중심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 전환시키고, 학부교육은 사립대학에 맡기는 방법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현실화 될 때까지 대학진학을 앞둔 학생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주립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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