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김 대표
할아버지 생각하며
추석 송편 빚어
“디즈니랜드에 갔던 기억은 잊을지 몰라도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만든 기억은 어른이 되어도 잊을 수 없을 겁니다.”
한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한인타운 올림픽가에 위치한 ‘김방아’의 제임스 김 대표의 손길이 분주하다. 송편을 만들기 위해 쌀가루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인타운 역사의 산증인이었던 ‘김방아’를 1967년 설립한 고 김명한 옹의 손자다. 지난 2004년 김명한 옹이 103세의 일기로 별세한 이후부터 방앗간을 이어받아 운영해 오고 있다. 30여명의 손자손녀 중 한국에서 태어난 마지막 자손인 김 대표는 유난히 할아버지를 잘 따르던 손자였다.
김 대표는 “할아버지가 한국에서 방앗간을 할 때부터 쌀이나 고춧가루를 빻던 것을 옆에서 많이 구경했다. 쌀 빻는 것은 옆에서 보게 해줬는데 고춧가루 때는 ‘저리 가 있으라우~’해서 섭섭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고춧가루가 매워서 그런 걸 몰랐다”고 회상했다.
본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비즈니스맨으로 활약하던 김 대표는 김명한 옹이 세상을 떠나기 2~3년전 낙상으로 수술을 받았을 때도 병원에서 두달 반을 함께 지내며 할아버지 곁을 지켰다. 김명한 옹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방앗간에 들렀을 때도 김 사장이 옆에 있었다.
결국 ‘할아버지 방앗간’의 주인이 됐다. 2004년 당시 한국말은 서툴렀지만 떡 만드는 것 하나는 자신 있었던 그다.
“떡 만드는 것은 나에게 자전거 타는 것이랑 비슷해요. 기본적인 방법만 알면 잘 할 수 있는데 할아버지가 전에 다 가르쳐 줬거든요. 어른들이 ‘할아버지 손자 한번 안아보자’라고 할 때 눈물이 핑 돌아요.”
어느 새 ‘방앗간 사장 6년차’에 접어들었다. 한국말도 많이 늘었고, ‘할아버지 미숫가루 맛’도 찾아냈다. 처음 방앗간에 와서 미숫가루를 먹어보니 어린 시절 먹던 ‘그 맛’이 아니었다는 것. 6가지 곡류의 혼합을 이리저리 바꿔본 결과 ‘그 때, 그 맛’을 찾아냈다. 순간 ‘눈이 번쩍 뜨이고,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 이었다고.
추석이 다가오지만 ‘김방아’에서는 쌀가루만 판매할 뿐 송편은 팔지 않는다. 직접 만든 송편을 판매하면 더 많은 수익이 날 것이라는 자신의 말에 “송편은 집에서 온 가족이 둘러 앉아 같이 만드는 것”이라고 대답했던 할아버지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오는 10월1일이나 2일 오후 7시30분부터 송편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은 한인들을 위해 무료 클래스를 준비하고 있다. 재료는 김방아에서 제공한다.
김 대표는 “아직 얼마나 많은 사람이 원하는지 몰라서 일단 사전 신청을 받아 시간을 조절할 것”이라며 “특별히 한인 교사들이 배운 뒤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거나 직접 송편을 만들어 보고 싶은 어린이들이 많이 참석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213)388-0833
<김동희 기자>
올림픽가의 상징인 ‘김방아’를 1967년 처음 설립한 고 김명한 옹의 손자인 제임스 김 대표가 추석을 앞두고 송편 만드는 법을 한인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며 직접 시범을 보이고 있다.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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