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은 크게 변모된 모습이었다. 곳곳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사방으로 길들이 뚫려 있었다. 온 나라가 새로 짓고 뜯어고치는 열기로 차 있었다.
그 짧은 기간 내에 교통과 각종 편의시설 등 전반적인 생활환경이 눈에 띄게 향상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고속도로는 물론 지방도로와 시골의 구석 길까지 포장되어 울창한 산, 잘 정비된 전답 사이를 시원하게 달리는 기분은 미국의 어느 하이웨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아니 더 산뜻하고 아름다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잘 살고 좋아질 이유가 없는데도 직접 내 눈으로 확인했으니 인정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한층 발전된 조국의 모습은 정파싸움과 데모 그리고 수많은 외국어 간판으로 얼룩진 시가지 모습에 식상되었던 방문자의 가슴을 뿌듯하게 만들어 주었다.
국토가 두 동강 나고 자원도 빈약한 한국이 불과 반세기 만에 이렇게 잘 살게 된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군사정권의 경제계획 추진, 노동자와 농민이 흘린 피땀, 기업가의 해외시장 확대, 굳건한 안보태세 등 제각기 의견이 다를 수 있으리라.
하지만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국민의 높은 교육열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부모들이 논, 소 팔아 공부시키고 지나친 입시경쟁으로 각가지 부작용도 많았지만 축적된 우수한 인력은 오늘의 한국을 만들어 낸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교육만큼 확실한 투자는 없다. 그리고 그 교육을 쉽고 빠르게 달성토록 한 매체는 다름 아닌 한글이었다. 한국의 문맹률은 거의 제로이며 세계에서 제일 낮다. 한글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이렇듯 한글이야말로 단기간 내에 한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다. 한글이 없었다면 한국이 IT강국이 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는 9일은 한글 반포 563주년 기념일이다. 세계 문자 가운데 만든 사람과 만든 목적이 명확한 글자는 한글이 유일하다. 세종대왕은 <세종실록>에서 “백성들이 하고자 하는 말을 글로 표현치 못하는 것을 딱하게 여겨 새로 글자를 만들었으니 쓰기에 편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창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한글날을 맞아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을 세운다고 한다. 지난 8월1일에 광화문 네거리 북측 중앙에 서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과 경복궁 사이에 광화문 광장을 조성했는데 210미터 지점의 세종문화회관 앞에 새로 세종대왕 동상을 건립하려는 것이다. 나라에서 으뜸가는 지체를 돌보지 않고 오로지 국가와 백성을 위해 헌신한 우리 민족의 위대한 성군, 세종대왕은 비로소 제 자리를 찾은 것 같다.
지난 9월11일과 12일에 월스트릿 저널과 뉴욕타임스는 인도네시아의 부톤섬의 부족민들이 사라져가는 말과 문화를 보존하려고 한글을 자기들의 글자로 배운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렇듯 전 세계가 그 우수성을 인정하는 글, 모음 10자와 자음 14자를 가지고 어떤 말과 소리도 기록할 수 있는 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세계어로 계속 뻗어나갈 자랑스런 우리의 한글이다.
그럼에도 한글보다 영어가 선호되는 한국의 현실, 다른 외국어 보다 한글을 등한시 여기는 무지한 한인부모들, 동상을 세우기 앞서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과제이다.
조만연 /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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