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싶은 거짓말?
예일대학 클라인 생물학 타워(KBT)강의실 102호에서 100여명 학생이 신경생물학 수업을 듣고 있었다. 두꺼운 안경에다 잠자리에서 방금 일어난 듯한 머리, 맨발에 샌들을 신은 교수가 칠판에 분필로 그림을 그려가며 신경세포에 자극을 주면 무슨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묵묵히 교수의 말을 적거나 칠판의 그림을 베끼느라 노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시간 내내 누구 하나 손들어 질문하는 학생이 없었고 교수 또한 질문과 토론을 유도하지도 않았다. 강의내용으로 봐서는 슬라이드나 비디오를 사용해 세포의 움직임을 보여주면 훨씬 더 좋은 효과가 있을 뻔했는데, 칠판과 분필 사용은 마치 30년 전 대학 강의실을 연상케 했다.
예일대는 다른 아이비리그나 연구대학과는 달리 학부 학생들에게 지극히 신경을 쓴다고 자랑한다. 예일대 광고에 따르면 “교수 100%가 학부에서 가르친다”고 선전하고, 입학처장 제프 브렌젤도 교수 직강을 힘주어 말한다.
캠퍼스 투어 안내책자도 분자생물학 노벨상 수상자인 시드니 알트만 교수가 학부학생을 직접 가르친다고 소리를 높였다.
그가 강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알고 보면 대학원생이 수강하는 과목에 실력 있는 학부학생도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놓은 것뿐이다. 나아가 알트만은 연구 스케줄에 쫓겨 강의를 빼먹고 대타가 등장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예일대학신문이 로이드 서틀 학부학장의 말을 인용, “교수의 학부학생 강의여부는 전공부서 학과장이 정하는 일이지, 교수 100%가 학부학생을 가르친다는 공식방침은 없다” 고 밝힌 것을 보면 학부학장ㆍ입학처장 중 한 명의 말은 거짓말이다.
오히려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사이츠 교수가 솔직한 대답을 한다. “나의 초점은 첫째는 내 연구, 둘째는 대학원생에 있다. 학부학생에게는 별로 신경을 안 쓴다”
이런 환경아래 “지원자의 성적, 표준시험 점수, 과외활동 등을 고려해 같은 조건이면 아시안 학생이 백인에 비해 3배, 그리고 흑인에 비해서는 15배나 들어가기 어려운 명문대”에 진학해 “읽기와 쓰기 수준이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인 운동선수들”과 자리를 같이하고, 시간강사의 강의아래 수백명이 말없이 노트만 하는 묵언수행에 동참해야 한다면 손해는 누가 보겠나.
물론 남들에게 인정받는 간판을 따러 가는 것이 대학진학의 목적이라면 대학이 어떤 식으로 학생에게 찬밥대우를 해도 상관없다. 4년 뒤 대학이름이 박힌 졸업장만 받으면 그만이다.
만일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편견과 차별ㆍ불공평이 난무하고 썩은 냄새로 뒤범벅이 된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냄새를 피우는 게 진학목적이라면, 그것을 위해 자신을 도와주는 대학이 어딘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우선 진학하려는 대학에서 쏟아지는 선전물을 믿고 싶은 거짓말로 여기면 곤란하다. 한 예로 교수진(faculty)이라는 명칭은 정교수ㆍ부교수ㆍ조교수ㆍ시간강사ㆍ은퇴교수ㆍ방문 연구원ㆍ토니 블래어 같은 외래 인사 등 강의실에 서는 모든 사람을 포함한다. 해서 교수대 학생 비율이 1:7이라는 선전 문구는 새겨 들어야 한다.
또한 많은 대학들이 입학처를 등록 관리처로 이름을 바꾸고, 지원자(applicant)를 거래손님(customer)이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눈치채야 한다. 예일뿐만 아니라 대부분 연구대학에서는 학부학생의 이름과 존재는 숫자로만 표시될 뿐이다. 올해 스워스모어에 진학한 학생이 “9명이 참여하는 영어수업에 10분 늦었는데, 교수가 왜 안나타나느냐고 셀폰으로 전화를 했었다”라고 즐거워하는 모습과는 너무 대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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