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서 남북 실세들이 싱가포르에서 비밀리에 만나 남북 정상회담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발표를 일제히 하고 나섰다. 한발 앞서 지난 22일, 서울의 KBS는 “싱가포르에서 지난주 남북 간 비밀 접촉이 있었고, 이 자리에서 정상회담 문제가 논의됐음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4일 미 국방 차관보가 김정일 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초청했다고 발표하자, 서울 정부는 펄쩍뛰며 부인하다가 지금은 엉거주춤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내년 5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 이전에 오바마나 힐러리가 방북할 가능성이 높고, 그 이전에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북한 외무성 리근 미국국장이 서부와 동부에서 열리는 비공개 회의에 참석코자 막 뉴욕에 도착했다. 그는 미국의 성김 북핵특사와 회동하고 북미 양자대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비핵개방3000’이라는 용도폐기된 것을 ‘그랜드 바겐’이라는 것으로 포장만 바꾼 것을 불쑥 내밀고 일본과 중국의 지지와 이해를 얻어냈다고 우쭐대던 것이 바로 엊그젠데 서울 정부가 비밀리에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북핵폐기 없이는 남북대화가 불가능하다더니 도대체 이게 왠일인가? 어느 장단에 춤을 쳐야 할지 알 길이 없다.
대북 제재만 전력투구하는 강경일변도 정책이 최근 아주 제한적이긴 하지만, 대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느낌을 주는 가운데 남북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음이 들어났다. 대북 제재에 목을 매고 가장 앞장서서 제재를 진두지휘하게 된 근본적 이유는 ‘북한의 목줄을 조이면 항복하고 두 손을 들 것’이라는 대북 정책 입안자들의 무지 때문임을 지각 있는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세상물정에 무지해선지 아니면 너무 약아선지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남북대화에서 핵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이 불거진 근본 원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말이다. 오바마와 힐러리도 대선 유세에서 “부시의 대북적대정책이 북핵을 만들었다”고 부시를 공격했으며 카터 전 대통령도 같은 소리를 했다. 그랜드 바겐도 북핵폐기 전제의 일괄타결로 북에서 먼저 핵을 포기하라는 것인데 이것은 북에서 절대로 받아드릴 수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불쑥 내밀었던 것이다.
북미 양자대화를 위한 기초작업이 북한의 리근 미국국장 방미로 이미 시작되고 있으며, 하도야마 일본 총리도 북핵포기와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움직임이 보인다면 02년 ‘북일 평양선언’에 따라 관계정상화에 나서겠다는 발언을 지난 21일 방콕에서 했다. 한편 주조 영국 대사가 일본의 총련을 방문한 사실과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신설된 불란서 정부 대북특사가 남북을 오가며 탐색을 벌리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변화는 북미 양자대화와 결코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너무도 명확하다. 그런데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기 위해 고의로 정부가 황장엽씨와 김현희씨의 방일을 추진하고 있으니 비록 북한의 요구로 남북 정상회담이 추진되기는 하지만 회담에 임하는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제는 드디어 역사적 6.15와 10.4선언을 고수 실천하겠다는 용기가 필요하다.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개별적 선별적 대화를 할 것이 아니라 고위급 회담으로 정치적 타결을 해야 한다. 비록 수동적이고 떠밀려 임하는 남북 정상회담일지라도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또 하나의 이정표를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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