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 쉬트라우스의 탐미주의 오페라, SF 오페라서 극찬 속 공연,
11월1일까지 계속
탐미주의를 노래한 R, 쉬트라우스의 ‘살로메’가 SF 오페라에서 절찬 공연 중에 있다. 초연 당시 ‘오케스트라의 폭력’이라는 평론 속에 살로메가 전라의 몸을 노출하는 등 쇼킹을 일으켰던 이 작품은 초연 당시(1905년) 외설시비까지 가중, 문제작으로 손꼽혔던 작품이다. 휴식 없이 단 1막으로 끝맺음을 내리는 이 작품은 소위 ‘일곱 베일의 춤’으로 유명한 살로메의 춤과 오스카 와일드가 각색한 살로메의 세례 요한에 대한 관능적 사랑의 이야기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 진다.
SF 오페라는 지난 18일부터 ‘살로메’를 공연, 한 개 미달한 ‘All A’평론을 받았다. 살로메 역의 독일계 소프라노 네자 미셸이 관능적인 살로메 역을 소화하는 데 미달, 작품을 일급공연으로 이끄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요한 역의 베이스 바리톤 그리어 그림슬리의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굵직한 목소리와 다른 조역들의 완벽한 노래, 눈부신 오케스트라에 힘입어 살로메의 모자람을 충분히 메꾸고도 남는 공연이었다. 소프라노 네자 미셸은 춤 연기에 있어서도 살로메의 관능적인 모습을 담아내는 데 실패, 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메조 소프라노에서 소프라노로 음역을 넓혀 SF 무대에 데뷰한 미셸은 그러나 마지막 클라이막스에 다소 목청이 터지며 체면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R. 쉬트라우스의 ‘살로메’는 인간내면에 내재한 동전의 양면, 선과 악의 미묘함을 극렬하게 파헤치고 있는 작품이다. 언뜻 선과 악은 서로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극단의 양극은 서로의 동경을 낳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 강도가 수녀를 사랑하는 것… 오페라 ‘타이스’에서 처럼 음녀가 수도승을 사랑하는 것… 모두 극단의 선과 악이 파생하는, 동경이 불러일으킨 사건들이다. 물론 결말은 대체로 비극으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예수를 동경하는 십자가의 강도… 종교적으로 개심하는 사형수들의 경우를 모두 위선으로 돌리기에는 인간의 모습이 너무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간혹 거룩한 자들끼리의 사랑 보다는 거룩한 자와 퇴폐적인 자, 관능과 순결, 양극이 대비하는 극단의 사랑에서 더욱 더 인간적인 감흥… 때로는 순수한 감동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는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매우 퇴폐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탐미주의적 관점에서는 사뭇 다르다. 보수적이었던 영국에서는 출판이 금지됐고 프랑스에서 먼저 출판을 본 이 작품은 R. 쉬트라우스에 의해 오페라화된 뒤에도 각종 종교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수없이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를 빚기도 하였다. 주인공(살로메)이 전라의 몸을 노출, 구설수에 올랐던 이 작품은 초연 직후 15년이 넘도록 공연을 위해선 검열이 필요할 만큼 당시로선 퇴폐의 대명사였다. SF 오페라의 관객들은 살로메의 춤에서 과연 어떤 느낌을 받을지… 11월1일까지 계속되는 ‘살로메’ 공연에서 그 궁금증을 풀어 볼 수 있다. ▷공연스케줄 및 입장권 안내 : www.sfopera.com
<이정훈 기자> jungmuse@yahoo.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