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타계 평등심 보살 간병 계기로
불자피안길 돕는 호스피스 봉사서원 굳혀.
10월13일 오전 11시30분 새크라멘토 윤종순 평등심 보살이 84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보살은 생의 마지막 8년을 SAC 여래사에서 공양주 소임으로 봉사했다. 건강을 염려하며 들른 두 도반과 불자 호스피스 고혜등 보살이 읽어주는 불설아미타경의 울림이 함께하는 가운데, 늘 그랬듯이 누워서 경전 소리를 듣다가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고혜등 보살이 호스피스로 나서게 된 것은 지난 7월7일, 평등심 보살이 대장암 수술을 받은 이후이다. 병원 아닌 집에서 생을 마치고 싶다는 노보살의 강한 의지 때문에 간병인을 구해야만 했다. 자식이 없는 노보살은 또 마지막 벗으로 한인을, 게다가 불자를 원했다. 메디칼 수혜자인 그가 간병인을 둘 경우 시간당 정부보조금(10.40달러)이 나온다. 그러나 요리와 살림은 기본이고 몰핀 투여나 약, 건강보조식품 등 일일이 챙겨야 하는 간병인 인건비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더군다나 보조금은 하루 6시간만 지급된다.
의사는 키모를 받으면 1년 아니면 6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평등심 보살은 6개월을 선택했다. 호스피스의 도움이 필요했다. 고혜등 보살이 자청했다. 고등학생 두 아이를 등교시키고 차로 1시간 거리를 달려 평등심 보살에게 갔다. 호스피스 업무는 늘 긴급대기 상황이다. 주말도 없다. 한치의 실수도 안된다. 거기에 회향을 안내하는 역할이기에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먼저 고요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고혜등 호스피스는 노보살의 병마 극복의지를 북돋기 위해 선인장물 양파물, 암에 좋다는 쥬스 등을 간식으로 드리며 정성을 다했다. 수술후 한끼에 한두숟가락밖에 안되도록 양이 적어져 특히 영양이 부족하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하였다.
하지만 아이들을 하교시켜야 하기 때문에 저녁식사를 직접 수발하지 못해 늘 안타까웠다. 병세가 악화되면서 환자 스스로 식사했는지 기억을 못하였기에 24시간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 더 야속했다. 10월28일 큰 아이가 운전을 할 수 있게 되는 날을 기다리며 마지막 간호에 몰두하고자 마음먹었다 한다.
환자의 병세는 10월6일 급격히 나빠지면서 거동을 못하게 되는 상황뿐 아니라 호흡곤란이 오게 되었다. 단주를 돌리는 힘도 없어져 고혜등씨가 같이 돌려주며 천수경, 자비도량참법 등 평소 할머니가 해오던 기도를 같이했다.
20년 전 직접 나서 새크라멘토에 절을 세우기 전까지 평등심 보살은 샌프란시스코 여래사로 한주도 빠짐없이 길을 나섰다. 병환 소식을 듣고 몸소 찾아온 설조 스님에 시원한 물 한잔을 정성껏 올리는 노보살의 자세를 보며 고혜등 보살은 참불자의 지극한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설조 스님은 미리 잡힌 한국행 일정을 뒤로하고 노보살의 장례식을 지켰다.
숨이 멎은 뒤 모로 누운 몸을 바로 눕히고 다리를 가지런히 하고 바라본 노보살의 얼굴은 고요한 미소가 일렁이는 평화였다고 고혜등 보살은 회고한다. 그 평화로운 표정이 지금 고혜등 보살의 허전한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도 또 다른 불자가 도움을 원할 때면 또 마음을 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다.
<새크라멘토-안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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