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인 안성숙 씨, 스미소니안 아트 뮤지엄에 작품 기증하기도
뉴욕 북부 턱시도(Tuxido)에 위치한 숲속 별장과도 같은 자택에서 뉴욕 뿐 아니라 한국과 유럽 등지와 연결하며 미술에 관한 일을 하고 있는 안성숙(Dolores Ahn)씨를 만나봤다.
미술인이란 말이 광범위하게 아티스트나 미술에 관계하는 사람들을 일컬으며 흔하게 쓰이지만, 오로지 미술을 사랑해서 그래서 미술을 보호하고 알리며 계승시키는 일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안성숙씨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미술인’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잘 맞는 것 같다.특히 안성숙씨가 간직하고 있는 백남준 씨와의 친분은 각별하다. 20 여년 넘는 세월을 백남준 씨와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면서 세칭 백남준 전문가라는 사람들보다도 더 백남준 전문가가
되었다.
지난 해 개관한 경기도 용인의 ‘백남준 아트 센터’의 건립에 시초부터 거의 8년간 한국을 오가며 국제 자문위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스미소니안 아메리칸 아트 뮤지움(SAM,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내의 ‘백남준 아카이브’와 협력하여 일하고 있다. 워낙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했던 안성숙씨는 결혼 후 남편과 함께 돈이 조금 생기면 그림을 사 모았었다.
1980년대 초 뉴욕의 한인 미술계가 겨우 발돋음을 하고 있었을 무렵, 뉴저지
테나플라이에 자그마한 화랑 <국화>를 시작했던 안성숙씨는 얼마 후, 세계 미술의 중심지였던 소호 한 복판에 <시그마>란 이름으로 대규모의 화랑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뉴욕의 아트 세계로 뛰어들었다. 거의 10년간 한국 예술가들을 미국 메인 스트림에 알리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해왔다.국화 화랑을 낼 때 백남준씨에게 화랑 개업을 알리는 엽서를 띄었었다. 얼마 후 백남준 씨가 불쑥 전화를 걸어 왔을 때 “그 유명한 사람의 전화를 직접 받은 것이 사실 같지가 않았어요.”라는 안성숙씨. 백남준 씨가 “지금 뭘 하고 있어요?” 라고하자 당황하여 “스피노자를 읽고 있는데요.”라고 대답했고, 백남준 씨는 그것을 기억하여 자주 그 말을 했다고 한다.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무이한 국제적 아티스트 백남준 씨와 안성숙 씨는 작가와 화상의 관계를 떠나, ‘오빠처럼, 삼촌처럼, 옆집 아저씨처럼’ 서스름 없이 가까이 지냈다.리스가 끝나자 거의 3배나 오른 렌트에 소호 <시그마 갤러리>를 접고 나서 안성숙씨는 오히려 더 자유스럽게 좋아하는 미술 일에 전력할 수 있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제안한 ‘백남준 아트센터’일에 국제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던 중, 백남준 씨가 고혈압으로 쓰러지고 나서부터
는 플로리다에 요양 중이던 백 씨를 위해 온갖 심부름을 도맡아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 독일에서 구입했던 백남준 씨의 초기 작품 “ZEN FOR TV는 백남준 씨 별세후 평소 백남준을 높이 평가하고 있던 ‘스미소니안 아메리칸 뮤지움’에 기증을 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의 고마움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한다. 처음 익명으로 기증했으나, 스미소니안 측에서는 그 작품 사진으로 뒷표지에 ‘안병설, 돌로네스 안의 선물’이라고 명시한 작은 책자를 출판했으며 뮤지엄 기프트 샾에서 판매하고 있다.
백남준 씨 작품 뿐 아니라 뮤지엄에서나 볼 수 있을 미술 수집품들이 여기저기 걸려있는 안성숙씨 자택 뒷마당에는 한용진씨의 돌 조각의 뒷배경으로 그림 같은 호수가 있다. 마치 사바세계와는 동 떨어진 듯 조용한 이곳에서 안성숙씨는 계속 바쁘기만 하다. 다음 프로젝트로는 2010가을 독일 듀셀도르프와 2011년 영국 테이트 뮤지엄에서 있을 백남준 전시와 한국에 설립될 ‘빛과 공간의 작가’로 알려진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미술관 건립에 관한 일이 있다. 호수로 흘러 들어오는 물처럼 안성숙씨는 오늘도 현대미술의 한 페이지를 소리도 없이 조용히 채워나가고 있다. <노려 기자>
자택 한 벽을 차지하고 있는 백남준씨의 1989년 작, ‘Portable God’ 앞에 작품의 한 부분처럼 앉아있는 안성숙씨. 평소에 백남준씨가 자주 하던 말이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 안에 신과 신전을 갖고 있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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