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지지는 지도자의 실천 의지와 지도력의 향방에 따라 갈린다. 실천되지 않는 공약에 민심은 분개한다. 지난주 치러진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했다. 한 해 전에 시카고서 울려 퍼진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외침과 ‘변화’에 대한 열정이 역풍을 맞은 것이다. 버지니아주의 경우 주지사, 부지사, 검찰총장 등 주요 선출직을 공화당이 석권하고 말았다. 지난해까지도 민주당 표밭이던 곳에 대변동이 생긴 것이다.
충격적인 변화의 이유는 무엇일까. 본질적 문제는 ‘경제’이다. 특히 실업사태가 집권당의 발목을 잡았다. 표심 분석 결과는 오바마의 향후 정국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도 적잖은 충격이 되고 있다. 공화당은 집요하게 유권자들의 심판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오바마에 대한 지지율은 CNN과 오피니언 리서치가 최근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54%가 긍정적이었고 45%는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이는 12개월 전 대선서 얻은 득표율인 53%와 통계학적으로는 일치되지만 표심은 달랐다.
투표장서 보여준 지난해의 지지자들은 보이지 않고 흑인, 청년, 여성, 이민자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진보주의자 가운데서도 그의 지지율은 흔들리고 경제, 건강보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실업, 불법이민, 재정적자 등에 어울려 직무수행 능력에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400여가지 이슈들은 손도 못 대고 있다.
오바마 외교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점수는 평균 ‘B-’이다.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대선 승리 12개월을 기념해 외교 분야 전문가 23명의 성적표를 공개했다. 지난 4월의 취임 100일을 맞아 받았던 ‘B+’에서 떨어진 것이다. 이유는 “말과 행동에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전략과 온두라스 사태 대응, 이란 국민의 반정부 투쟁에 대한 미온적 대응 등을 실례로 지적했다.
역사적인 재정적자의 해결책은 “세금을 늘리고 지출은 줄이는 방법” 뿐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지출이 늘고 정부 고령자 대상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저소득층의 메디케이드 지출 역시 증가하고 있지만 세수는 늘어나지 않는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다.
흑인 대통령 오바마에 대한 평가가 이번 선거에서 드러나면서 민주당 전략 책임자들도 위기를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수적인 폭스 TV뉴스와 ‘물밑 밀약’을 하는 등 종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내의 보수파들은 오바마 정부의 개혁안을 그저 지켜보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 중진들도 백악관과 거리를 둔다.
인기 하락으로 오바마는 식사도 거르며 살도 빠지고 있다. 그의 수척한 모습에 대해 인터넷 매체인 드러지 리포트는 “백악관은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쉬지 않고 일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내가 말랐다고 해서 강인하지 않다는 뜻도 아니다”라는 대통령의 말도 인용했다. 대통령으로 강력하지 못하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한 반응이다.
오바마가 열심히 뛰고 있지만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제2의 경제 위기설이 돌고 있고 사상 최대에 달하는 재정적자가 백악관과 민주당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2009회계연도 결과 4조4,200억달러가 적자로 보고되었고 향후 10년 후에는 9조달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의 이런 저런 상황은 오바마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김현길 / 지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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