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주모자인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등 5명을 뉴욕의 민간법정에 세우기로 한 미 법무부의 결정을 놓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13일 기자회견에서 9.11 테러에 연루된 피고인 5명은 자신들의 범행으로 약 3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빌딩 붕괴현장 인근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조치는 미국에 대한 성전에 참가한 것으로 간주되는 소위 ‘적 전투요원’들을 미국 민간법정에서 재판 받도록 하는 게 합당한지에서부터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물고문’ 등 가혹한 신문기법의 정당성에 이르기까지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4일 보도했다.
특히 재판에서 공방전을 벌일 검찰과 피고 측 변호사 모두 법리 공방은 물론 재판이 9.11테러 현장인 WTC 붕괴 현장 인근에서 진행되면서 재판에 감정적 요인이 개입되는 데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피고 측 변호인들은 9.11 테러사건이 발발한 WTC 쌍둥이 빌딩과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진행되는 모하메드 재판이 공정할 수 있느냐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 재판은 또 필연적으로 모하메드로부터 9.11 테러에 관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183차례의 ‘물고문’ 등 가혹한 신문기법을 이용한 데 대한 논란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특히 모하메드 등이 테러 행위를 자백했지만 자백 대부분이 중앙정보국(CIA)의 비밀 감옥에서 가혹한 신문에 의해 확보된 것이어서 증거로 채택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공방도 뒤따를 전망이다.
모하메드가 어떤 태도를 취하고 나설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그가 군사법원에서처럼 유죄를 인정할 가능성도 있지만 뉴욕 재판에 관심이 집중되는 점을 십분 활용해 순교자를 자처하고 나설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테러담당 연방검사를 지낸 데이비드 라우프만 변호사는 테러범들에게 뉴욕 재판정은 관타나모 군사법원보다 상당히 공개된 무대이고, 주목을 받는 무대가 되는 만큼 지하드에 대한 자기주장을 홍보하는 무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판사가 재판이 테러범의 유무죄를 따지는 장이 아니라 부시 행정부의 테러범에 대한 가혹한 신문기법을 포함해 미국이 진행해온 테러와의 전쟁의 공과를 따지는 공론의 장으로 전락하는 것을 어떻게 막느냐도 숙제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또 테러범들에 대해 유죄판결이 내려지면 최후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혀 ‘사형’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뉴욕 법원은 사형에 대해 다른 어떤 지역보다 조심스러운 분위기여서 주목된다.
한 예로 뉴욕 맨해튼의 연방 배심원들은 98년 발생한 케냐주재 미국 대사관 폭탄공격 사건에 연루된 2명의 알-카에다 요원에 대한 사형선고를 놓고 2001년 대립하다 종신형을 선고했다. 또 맨해튼의 연방법원에서 이뤄진 재판 중에서 사형이 집행된 사건은 지난 1950년대 로젠버그 사건이 마지막일 정도이다.
여기에 9.11 테러사건 주범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데 따른 경호문제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뉴욕은 1993년 제1차 세계무역센터 폭파를 기도한 람지 유세프, 그리고 1995년 유엔본부 등 뉴욕시 주요 건물 폭파 음모를 계획했던 셰이크 오마르 압둘 라흐만의 재판이 진행된 예가 있지만 이번 재판은 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중량급들이다.
이에 따라 법원 경비당국과 연방 보안당국은 벌써 테러범들이 머물 로워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 교정센터에서부터 법원 재판정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경비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