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 년 전 ‘방송’이라는 개념을 개척한 미국 NBC방송이 케이블 방송업체에 인수될 전망이다.
AP통신은 미국 최대 케이블 TV 방송업체인 콤캐스트가 이르면 다음 주 NBC 유니버설의 지배적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공중파 TV의 쇠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15일 전했다.
NBC 유니버설은 미 4대 TV 방송망 중 하나인 NBC와 경제전문 채널 CNBC, 뉴스전문 MSNBC 등의 방송사들은 물론 영화제작사 유니버설 픽처스를 거느리고 있다.
NBC 유니버설의 지분 20%를 가진 프랑스의 비방디 그룹이 이날부터 지분 매각 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데, NBC 유니버설의 최대주주인 제네럴 일렉트릭(GE)이 이를 사들여 NBC 유니버설의 전체 주식 중 51%를 콤캐스트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NBC에서 20년간 일했으며 TV사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인 팀 브룩스는 이것은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ABC, CBS, NBC 등 3사가 방송계를 장악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공중파 방송업자들은 과거 케이블 방송을 경시했다.
하지만 현재 NBC유니버설의 수익에 기여하는 것은 시청률에서 4위로 밀려난 NBC가 아니라 USA, SyFy, CNBC 등 케이블 채널이며, 콤캐스트의 관심을 끌어당긴 것도 이 케이블 채널들이다.
시청자 분화 현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에 적응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보면 NBC는 다시 한 번 선구자가 된 셈이다.
1926년 미국의 첫 라디오 전파를 발사한 NBC는 라디오 방송의 강력한 선두주자로 군림했으며, 라디오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새로운 TV 기술에 투입, 1939년부터 TV 방송을 시작했다.
1940년대 초에는 미 연방 통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보유 라디오 방송 중 하나인 NBC블루를 매각했는데 이는 후에 ABC가 됐고, NBC의 원래 소유주 중 하나였던 웨스팅하우스사가 1995년 CBS를 매입했기 때문에 원조 공중파 3사의 계보가 모두 NBC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할 수 있다.
TV 방송 초기 시절 ABC 및 CBS와 경쟁하면서 주도권을 쥐었던 NBC는 1990년대 ‘치어스’, ‘ER’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황금기를 누렸으나 이런 인기 프로그램들이 막을 내리면서 서서히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AP통신은 시청자들이 TV에서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로 옮겨가는 현 상황에서 NBC와 콤캐스트의 합병이 상징하는 바는 매우 크다며 이번 합병이 콘텐츠와 플랫폼을 다변화하려는 양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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