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스탠포드대학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은 실업률이 경제성장과 역의 관계를 갖는다는 법칙을 제시했다. 성장률이 2%포인트 떨어지면 실업률은 1%포인트 오른다는, 이른바 ‘오쿤의 법칙’이다. 이 법칙에 따라 계산하면 현재의 미국 실업률은 9% 내외가 되어야 하는데 이미 10%를 훌쩍 넘어 11%를 향해 가고 있다.
지금의 경영자들은 경기가 나빠졌다 싶으면 오쿤이 연구하던 당시의 경영자들보다 훨씬 성급하고 무자비하게 해고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경제가 침체에 빠졌는데 생산성은 오히려 높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생산성 증가는 혁신이 아니라 해고 칼바람을 통한 경비절감의 결과이다. 매출은 줄었는데 순익은 증가하는 기현상 뒤에는 근로자들의 눈물이 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주주들의 이익을 만족시켜 주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그래야 자리 보존도 하고 거액의 연봉과 보너스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해고를 밥 먹듯이 한다. 지난해 7,000까지 폭락했다가 최근 다시 1만선을 넘어 선 다우존스 지수는 이런 ‘킬러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경제와 관련해 사람들이 흔히 빠지게 되는 착각의 하나는 주가가 경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주식은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상품이 아니다.
한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잘해도 연 5% 내외가 고작이지만 주가는 몇 달 사이에 수십%가 뛸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부터 롤러코스터를 탄 다우존스가 그것을 증명해 준다. 다우존스가 1만4,000에 도달하자 전문가들은 2만선이 도래할 것처럼 무책임한 장밋빛 전망을 쏟아 냈다. 하지만 주가는 거꾸로 반 토막이 났고 이제 겨우 10년 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이다.
미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어선 것이 지난 1989년이었다. 2000년대 중반 2,000선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지난해에 다시 1,000선으로 떨어졌다. 10여년 간의 상승이 물거품이 되면서 헛장사 한 셈이 됐다. 같은 기간 국민 소득은 네 배가 늘었다.
그러니 주가가 경제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경제가 계속 성장해도 주가는 장기적으로 제자리걸음일 수 있고 반대로 경제가 엉망이어도 단기적으로 주가는 얼마든 오를 수 있다. 실업률은 오르는 데도 뛰고 있는 지금의 주가가 그걸 말해준다.
다이어트로 줄인 체중의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을 뺐느냐이다. 무조건 굶어서 체중을 줄이면 겉으로는 성공한 다이어트처럼 보여도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런 다이어트는 쉬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가 버린다.
적당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으로 성취한 다이어트는 건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지속적이다. 이처럼 겉으로 수치가 같다고 해서 내용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현재의 주가는 굶어서 뺀 다이어트처럼 취약하기 짝이 없다.
냉정한 전문가들이 앞으로 20% 정도 주가가 빠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처럼 반 토막까지는 아니더라도 당분간 주가는 산꼭대기까지 무거운 바위를 짊어지고 올라갔다가 다시 굴러 떨어지는 시지푸스의 고된 여정을 되풀이 할 가능성이 크다.
주가뿐 아니라 경제성장률에도 통계기법상 거품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경제와 관련한 지표들에는 이처럼 통계의 오류와, 그랬으면 하는 막연한 희망, 그리고 탐욕이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높아진 생산성이 꼭 좋아진 경제를 뜻하지 않는 것 역시 그렇다.
숫자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숫자가 던져주는 착시와 착각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가장 믿을만한 경제지표는 결국 내 통장의 잔고뿐인 것 같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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