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직후 알카에다 테러 세력을 쫓아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시작한지 8년이 지났지만 미국은 아직 이렇다 할 실마리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고질적인 아프가니스탄 관리들의 부패와 지역 족벌 군부세력들의 이해 상충, 무엇보다 뚜렷한 기간산업이 발달되지 않은 국가의 전형적인 가난이 고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라크 전선에서 철수를 눈 앞에 둔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현지 군사령관들의 요청에 따라 4만에 육박하는 미군의 추가 파병을 결정, 오는 1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 파병으로 미군이 수렁 속에 갇혀 버린 형국의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조기 해결하고 철군의 실마리를 잡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쟁 장기화에 여론도 반대로 돌아서
“확전 아닌 매듭위한 추가 파병” 가닥
높은 실업률·전비 마련도‘발등의 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오랜 고민 끝에 3만명이 넘는 미군을 아프가니스탄에 추가 파병키로 가닥을 잡았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국민 과반수가 추가 파병에 반대하고 있고,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조차 병력 증파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강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사령관으로부터 최대 4만명의 병력 증원 요구를 포함한 아프간 전략 재검토 보고서를 전달받은 후 9차례의 국가안보팀 회의를 개최하면서 장고를 거듭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이 지연되자 딕 체니 전 부통령은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이 추가 파병 결단을 두려워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데 이어 23일에는 “오바마의 경험 미숙이 원인”이라고 공격했다.
“파병 결단을 빨리 내리지 않는다”는 보수 공화당으로부터의 공격은 물론 민주당과 진보진영으로부터도 추가 파병반대 압박을 받는 등 오바마 대통령은 안팎으로 곤란한 처지에 처했었다.
이 때문에 행정부나 민주당 내에서는 대규모 추가 파병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프간 병력을 동결하되 아프간 전략 목표를 알카에다 소탕 등 대테러전으로 축소하는 방안, 추가 파병을 대신한 무인정찰기와 특수부대를 동원한 ‘정밀 타격’ 방안 등의 절충안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마지막 국가안보팀 회의를 거쳐 맥크리스털 사령관이 요구한 4만명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3만명이 넘는 대규모 추가 파병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프간 전황이 연합군에 상당히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고 즉각적인 병력 증파가 시급하다는 군부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이다.
추가 파병을 하지 않고 아프간 전략을 수정할 경우 ‘패전’을 인정하고 장기적으로 미국의 역내 거점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결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규모 추가 파병에도 불구, 8년 동안 끌어온 아프간전을 매듭짓지 못할 경우 제2의 베트남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추가 파병 결단을 바탕으로 아프간전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내적인 여론의 뒷받침은 불가결하다.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내달 1일 예정된 새 아프간 전략 발표 때 추가 파병 규모만을 발표하는데 그치지 않고, 언제 어떻게 아프간에서 미군이 빠져나올지의 내용이 담긴 ‘출구’(exit) 전략도 함께 발표할 방침이다.
추가 파병 결정을 내리지만 무한정 전쟁을 끌고 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통해 국민들이 걱정하는 ‘전쟁 장기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이다.
또 실업률이 갈수록 높아가는 등 일자리 회복 예산 확충도 시급한 상황에서 추가 파병으로 매년 수백억달러의 전비를 충당하기 위해 의회 동의를 얻는 것도 만만치 않은 난제이다.
23일 국가안보팀회의에 참석 대상이 아닌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국장이 처음으로 참석한 것도 이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민주당 데이비드 오베이 하원 의원이 이번주 추가 파병 전비 충당을 위한 부가세 증세 필요성을 제기하자 벌써부터 당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안보팀은 내주 워싱턴 DC에 대기하며 상·하 양원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의회 로비전에 전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내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에 불참키로 했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출장계획을 잡지 않았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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