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혼할 생각 없다, 메릴 스트립 연기 부러워
여배우 고현정(38)이 연기한 미실은 드라마 ‘선덕여왕’ 돌풍의 견인차였다. 당장 미실의 죽음으로 고현정이 하차하자 ‘선덕여왕’ 시청률이 10% 가까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화제는 고현정의 연기력이었다. 분노하며 눈썹을 파르르 떨 때의 모습에서는 절대자의 냉혹함이 엿보이고, 사다함을 회상할 때의 눈동자는 한껏 슬픔을 자아낸다.
최근 서울 청담동의 한 음식점에서 고현정을 만났다. ‘선덕여왕’과 그의 3번째 영화 ‘여배우들’에 대한 궁금함을 풀기 위해서다.
일단 ‘선덕여왕’을 끝낸 감회를 물으니 아직 진행 중인 작품인데 그에 대해서 말하면 (제작진에) 누가 될 것 같다며 별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화제가 된 눈썹 연기는 어떻게 했느냐고 거듭 묻자, 머리에 쓰는 가채가 너무 무거워서 얼굴도 처졌다. 처진 얼굴을 조금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눈썹을 올리게 됐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미실로 주목받은 올 한해를 돌아보면 그저 나 자신이 기특할 뿐이라며 말했다.
고현정은 1990년 KBS TV의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로 드라마에 데뷔했지만 영화 데뷔는 다소 늦은 편이다.
첫 작품이 2006년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개방적인 30대 여성 문숙으로 분했다. 작년에도 홍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 연상인 남편과 살면서 옛 애인과의 일탈을 꿈꾸는 고순 역으로 나와 주목을 받았다.
고현정이 세번째 영화로 이재용 감독의 ‘여배우들’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재용 감독은 이정재ㆍ이미숙 주연의 ‘정사’, 배용준ㆍ전도연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을 연출한 감독이다.
별다른 이유도 계획도 없었어요. 사실 계획한 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큰 욕심이 있어서 하는 게 아니에요. 지금까지 모험을 많이 했잖아요. 참 이재용 감독님은 베드신 노출 수위가 좀 높아요. 여배우들만 나오는 영화에 출연하면 베드신을 찍지 못할 것 같았어요.(웃음) 물론 저도 베드신을 원하지만 CG(컴퓨터그래픽)를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제작비가 많이 들어갈 것 같네요.(웃음)
’여배우들’ 출연은 다소 즉흥적이었다. 사석에서 평소 친분이 있었던 이재용 감독의 제안을 수락하면서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배우들의 실생활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다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지만, 실제 작업에서는 그 부분이 되레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이 영화에서는 허구와 실재가 교차한다.
한 번 찍은 장면은 재촬영할 수 없었어요. 마치 연극이나 공연을 하는 것처럼 한 번 한 연기는 그걸로 끝이었어요. 한 번 지나가면 다시는 찍을 수 없는 아쉬움이 내내 남아있어요. 저도 영화를 아직 못 봤는데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합니다.
연예계 복귀 후 그는 몇몇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사생활도 상당 부분 노출됐다.
어느 정도의 사생활 노출은 어쩔 수 없는 거죠. 밖으로 나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는데 남들이 모르기를 바라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닌가요. 그게 두려우면 어디 들어가서 나오지 말아야죠.
지금은 이처럼 자신 있게 말하는 고현정도 지난 2005년 연예계 복귀 당시에는 철저하게 외부와 소통하지 않았다. ‘신비주의 전략’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네, 그런 말에 물론 저도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제가 복귀했을 때 너무 소탈하게 하는 것도 가증스럽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무얼 해도 야단맞을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억울한 것도 없고, 오해라고 해명할 것도 없어요.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재혼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일단 현재까지는 재혼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어떤 남자가 좋으냐는 질문에는 키는 상관없다. 대화도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나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이 좋다고 시원하게 말했다.
최근 한 화장품 브랜드의 조사에서 연예계 최강 동안 1위에 오른 고현정은 내년이면 불혹(40세)의 나이다. 여배우로서 나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뭘 알아야 겁이 나죠. 설혹 겁이 난다고 나이라는 게 안 오는 게 아니잖아요. 일단 만개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그러려면 순간순간 잘해야죠. 사실 속마음은 어렸을 때부터 조금 성숙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20대가 넘어서면서 멈췄고, 작년과 올해 좀 많이 자란 것 같아요. 겉모습은 어쩔 수 없죠. 나이를 먹는데. 이제는 흰머리도 좀 있고요. 미용실도 열심히 가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목하게 된 여배우로는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을 꼽았다.
메릴 스트립의 완결성 있는 연기가 부러워요. 그녀의 연기는 도입부터 끝날 때까지 일정한 완결성이 있어서 설득력이 있어요. 할리우드 배우의 장점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그녀의 연기가 부럽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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